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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 새로운 세상을 열다🙆

202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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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 새로운 세상을 열다🙆

시각장애인의 문화접근을 위한 오디오북 제작 사업





이미지 출처 : pixabay



2022년에 발표된 장애인 독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의 하루 평균 독서시간은 102.2분으로 가장 길었다. 이들이 독서를 하는 주된 목적은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도서*는 도서 출판량 대비 7.6%로, 미국(36%), 영국(34%), 일본(3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만들기 위해 많은 이들이 한마음으로 모였다.


*대체도서 : 점자, 소리 따위의 방식으로 만든 책




대체자료의 세계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는 ‘점자’로 만든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체자료가 있다. ‘데이지도서’라 불리는 ‘전자음성도서’는 텍스트와 음성을 결합하여 제공하고, ‘오디오북’이라 불리는 책은 텍스트를 음성으로 전달하는 책이다. 그 밖에도 ‘큰 글자도서’, ‘촉각도서’ 등이 대체자료에 포함된다.



시각장애인은 장애 정도나 연령, 취향에 따라 이러한 대체자료를 선택하여 독서를 한다. 오디오북은 사람이 직접 녹음하므로 친근하고 편안한 독서 경험을 제공하지만 제작 비용은 물론이고, 시간과 노력이 제법 소요되기 때문에 제작이 쉽지만은 않다. 이에 한국장애인재단은 협력기관과 함께 오디오북 제작 사업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낭독봉사자들


오디오북의 제작 과정은 크게 5단계로 나뉘며, 도서 선정, 녹음, 편집 및 검수, 제작, 배포로 이루어진다. 도서 선정은 스테디셀러 중 추천 도서를 선정하고, 협력기관의 선정기준과 시각장애인 독자의 의견을 고려하여 선정한다.



2단계 녹음부터는 낭독봉사자를 선발하는데, 심사에는 시각장애인 심사위원이 참여하여 안정적인 낭독 능력, 발음, 편안한 발성 등을 평가한다. 장하람, 박상원 낭독봉사자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선발됐다.




(왼쪽부터) 박상원 봉사자, 장하람 봉사자




“참가 신청을 하면서 원고를 낭독해서 보냈어요. 제가 읽은 책이 아이 목소리도 나오고 엄마 목소리도 나오는 등 다양한 연기를 필요로 했는데요. 그러한 부분을 더 자연스럽게 표현하려 노력했습니다. ‘변신돼지’라는 책의 한 대목이었는데, 키우던 반려견이 갑자기 돼지로 변하는 내용이었거든요. 놀란 가족들의 모습을 목소리로 표현했습니다.”



장하람 봉사자는 연극 동아리와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있었기에 입체적인 인물묘사가 가능했다. 다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는 관심을 끌기 위해 감정을 120% 썼다면, 오디오북을 낭독할 때는 편안한 발성을 추구했다.




세상에서 딱 한 권뿐인 오디오북


낭독봉사자로 선발된 사람은 필수적으로 두 차례의 낭독교육을 이수한다. 낭독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은 도서를 들을 때 목소리나 발음 등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정서와 감정을 담아 읽어내면서 시각장애인 독자가 작가의 의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첫 녹음과 끝 녹음의 느낌이 많이 달라지면 안 된다는 점도 주지해야 할 사항이다. 장하람 봉사자는 낭독교육에서 사명감을 작게나마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장하람 봉사자




“낭독 교육을 받으면서 어떠한 사명감이 생기게 되었어요. 한번 녹음한 책은 다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제가 녹음한 오디오북은 우리나라에 딱 한 권뿐인 거예요. 만약 제가 잘못 녹음하면 이 책은 잘못된 채로 영원히 소장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낭독자는 단순히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의 메시지, 분위기를 그대로 표현하는 전달자라고 배운 내용을 계속 머릿 속에 떠올렸습니다.”




낭독은 듣는 사람을 위한 행위다


박상원 봉사자는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라는 책을 낭독했다. 이 책은 일본 메이지대학교 법학부 교수이자 언어학 박사인 홋타 슈고가 쓴 뇌과학 이야기이다. 책에서는 낯선 뇌과학 용어와 단어가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미리 책을 읽고 준비했다고 한다.




박상원 봉사자




“과학 용어는 천천히 발음해서 듣는 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했어요. 또 번역된 책이기 때문에 문체가 낯선 느낌도 있어서, 최대한 친숙하게 들릴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교수님들 이름도 정말 어렵더라고요. 여러 번 읽고 연습하고 녹음했습니다.”



장하람 봉사자가 녹음한 책 중 ‘열세 살의 걷기 클럽’이라는 책은 어린이 네 명이 주축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로 인물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까를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인물별로 스크립트를 만들고 애니메이션을 참고하는 등 연구를 거듭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의 주제와 배경, 분위기, 읽는 방법, 강조해야 할 부분을 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인물이 나오기 때문에 각 인물에 대한 연구도 필요했고요. 인물의 연령, 성격 등을 파악하고 그들의 특징을 나타내기 위해 다른 성우의 목소리도 참고했습니다. 특히 여성 성우가 남성 캐릭터의 목소리를 어떻게 연기하는지도 공부했습니다."



한 권의 오디오북을 만들기 위해 평균적으로 4개월이 소요된다. 녹음 과정에만 약 3개월, 이후 편집하는 과정을 1개월 가량 거쳐 오디오북이 완성된다. 박상원 봉사자는 이번 녹음에 참여하면서 느낀 소감을 전했다.




박상원 봉사자




“한 번 올 때마다 3~4시간 녹음을 했어요. 그 이상으로 하면 목소리도 갈라지기 때문이에요. 보통은 3개월이 걸리는데, 저는 방학기간을 활용하여 2개월 만에 마쳤습니다. 녹음에 참여하면서 든 생각은, 사람이 낭독을 할 수도 있지만, AI 성우와 같은 기술을 활용해 더 많은 양의 오디오북을 더 빠르게 제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편집이나 교정, 검수에도 도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장애인 독서권 확대를 위하여


낭독봉사자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오디오북은 편집과 검수를 거쳐 배포된다. 편집 과정에서는 오류나 누락을 확인하고 불필요한 소리를 제거한다. 완성된 오디오북은 CD, 카세트테이프 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도서를 대여하는 데 사용된다.





DREAM(국가대체자료공유시스템) 홈페이지




국립장애인도서관의 ‘DREAM(국가대체자료공유시스템)’, 하상시각장애인도서관의 'ON·SORI', 그리고 시각장애인 전용 ARS 등의 플랫폼이 그것이다. 저작권법 제33조에 따라 시각장애인 등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료로 제작, 배포된다. 이렇게 제작된 오디오북은 시각장애인에 한해 이용이 가능하다. 오디오북을 들은 한 시각장애인 독자는 이러한 소감을 전해왔다.



“읽고 싶었던 도서였는데 이렇게 녹음된 도서로 나와서 정말 기뻤어요. 오디오북을 듣다 보면 이야기 속 주인공과 함께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상상력을 더해 이해할 수 있기도 해요. 특히 장난기 있는 대목에서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머금게 되더라고요. 참 좋았습니다.” -시각장애인 이용자



2021년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7.5%였지만, 2022년 장애인 독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독서율은 26.0%에 그친다. 특히 여러 장애 유형 중 시각장애인의 독서율은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제작되는 대체자료가 많지 않다. 비장애인은 쉽게 책을 구매하고 읽을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은 읽고 싶은 책이 대체자료로 제작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비장애인이 도서 100권을 고를 때 시각장애인은 단 4권만 고를 수 있는 실정이다.



책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이라고 한다면, 시각장애인은 책을 통해 세상을 만날 기회가 현저히 부족한 셈이다. 더 많은 시각장애인이 책을 만나고, 세상과 함께 호흡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시각장애인의 독서권 확대와 문화 접근성을 위해 우리 사회가 더욱 관심을 갖고 발전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다.




(왼쪽부터) 장하람 봉사자, 박상원 봉사자





취재 : 이경은, 남궁소담

사진 : 홍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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