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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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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는 선수가 될 거에요."🏂

20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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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는 선수가 될 거예요.”🏂

저마다의 속도로 성장 중인 발달장애인 동계스포츠단🌞






전 세계의 관심이 설원 위의 국가대표에게 향하는 동계올림픽 시즌이다. 0.01초의 승부에 환호하는 축제의 시간, 여기 또 다른 설원 위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금빛보다 값진 땀방울을 흘리는 학생들이 있다. 슬로프 위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지만, 학생들은 그 위에서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화려한 중계 카메라는 없어도, 다시 일어서는 기운찬 움직임만큼은 올림픽 무대 못지않게 뜨겁다. 발달장애인 동계스포츠단 학생들은 지금,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하는 겨울을 보내고 있다.



도전의 기회가 된 전지훈련

지난 2월 2일부터 3박 4일 동안, 강원도 평창군의 한 리조트에서 구미혜당학교 발달장애인 동계스포츠단의 전지훈련이 열렸다. 스노우보드와 알파인스키 종목을 연습하기 위해서다.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 지역에서, 눈이 가득한 지역으로 훈련을 온 학생들의 표정에는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박수정 선수)

“구미에는 원래 눈이 잘 안 오는데, 평창으로 출발하는 날 눈이 왔어요. 우리는 눈을 찾아서 이곳까지 왔는데 말이에요. 눈이 오면 춥고 길이 미끄러워서 불편한 점도 있지만, 스키 탈 때는 정말 좋아요.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재밌어요.”


이번 전지훈련이 가능했던 것은 방송인 안선영과 아들 바로 군이 전달한 기부금 덕분이다. 한국장애인재단의 장애 청소년 장학사업 ‘봄꿈’을 통해 동계스포츠 대회 준비를 위한 훈련비가 지원되었다. 9명의 학생과 3명의 교사는 곧 다가올 발달장애인 전국동계대회(설상) 참가를 목표로 훈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참가 학생들은 나이도, 실력도 저마다 다르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연령대가 다양하고, 이제 막 동계스포츠를 시작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국제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학생도 있다. 그러다 보니 담당교사의 지도는 자연스럽게 학생 맞춤형으로 이루어진다. 능숙하게 슬로프를 내려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스노우보드를 잡고 혼자서 일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생도 있다. 그런데 훈련 중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강명은 선수)

“작년에 스노우보드를 처음 시작했어요. 사실 어제까지는 스노우보드가 조금 무서웠는데, 오늘 아침부터 재밌어졌어요. 원래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일어났는데, 오늘은 혼자 일어날 수 있게 되었어요. 두려움을 이겨낸 것 같아요.”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다

구미혜당학교는 학생들이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동계스포츠뿐만 아니라 농구부, 육상부 등의 체육 활동, 오케스트라와 같은 예술 활동 또한 마련되어 있다.


특히 전국 특수학교 중 유일하게 동계스포츠 캠프를 열어 주목받았다. 동계스포츠는 하계스포츠에 비해 학생들이 도전하기 어려운 종목으로 여겨져 왔고, 겨울이 되어야만 연습할 수 있는 환경으로 접근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3년 전, 스키에 관심이 있는 교장 선생님과 교사들이 뜻을 모아 동계스포츠단을 만들었고, 그 도전은 곧 놀라운 성과로 이어졌다.


2023년 창단 이후, 국가대표를 배출하고 국제대회에서 의미 있는 메달을 획득했다. 2025 토리노 스페셜올림픽 세계동계대회에서 알파인스키 선수 1명, 스노우보드 선수 1명이 출전한 것은 물론, 고등부의 천석현 학생이 은메달이라는 값진 메달을 따낸 것이다.






(이승주 감독)

“천석현 학생은 이전에 스키를 타본 경험이 있었고, 상급자 슬로프에서 혼자 스스로 내려올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워낙 좋았어요. 첫 대회였는데도 스페셜올림픽 세계동계대회의 알파인스키 회전과 대회전 종목에서 각각 메달을 획득해 총 두 개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죠. 이은진 선수도 스노우보드 회전 종목에서 5위를 기록했어요. 학생들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기록을 냈을 때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모두 환호하며 축하했죠. 창단 2년 만에 국가대표를 배출하고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해서 정말 기뻤어요.”



모든 참가자를 응원하는 특별한 대회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전국동계대회는 발달장애 선수들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동계스포츠 대회이다. 이 대회의 특별함은 금·은·동메달 선수뿐만 아니라 3위 밖 선수도 시상대에 올라 리본 시상을 받는다는 점이다. ‘첫 번째 승리자’ ‘다섯 번째 승리자’와 같은 표현으로 호칭하며, 모든 참가자의 도전과 참여를 격려한다.



(사진 : 구미혜당학교)



또한, 100개국 1,500여 명의 선수들이 참여할 정도로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인 스페셜올림픽 세계동계대회는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방법도 색다르다. 국내 선발전에 참가해 성적을 낸 선수들을 대상으로 국가대표를 선정하지만, 순위가 아닌 추첨 방식으로 최종 선발한다. 다만 국내 출전 경험이 많고 성적이 좋은 선수는 더 많은 구슬을 추첨함에 넣어 선발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경쟁보다는 도전에 의미를 두고, 모두가 유쾌한 마음으로 출전하는 대회이다.



‘세분화와 반복’을 통해 동작 익혀나가

동계스포츠라는 특성 때문에 이렇게 전지훈련을 오지 않는 이상, 슬로프를 직접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평상시 학교에서는 기초 체력 위주로 훈련하고, 동아리 활동 시간에 동계스포츠 관련 영상을 보면서 감각을 잊지 않도록 한다. 또한 동계훈련 때에는 슬로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안전하게 완주하는 경험을 쌓도록 이끈다.


발달장애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지도하기 위해 교사들은 모든 과정을 세분화하여 알려주고,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 말로 설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각 자료를 활용하고, 직접 시연하면서 몸으로 익히도록 돕는다.


(이승주 감독)

“리프트 타는 법을 예로 들자면, 일단 리프트를 타기 전에 먼저 교육을 진행해요. 그 다음에 선생님들이 일 대 일로 붙어 리프트를 같이 타면서 방법을 알려주죠. 리프트에 어떻게 오르는지, 리프트 안에서는 장비를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리프트에서 내릴 때 어떤 자세를 해야 하는지를 하나씩 가르쳐 줘요. 학생들이 이해하기 편하도록 순서를 매겨서 알려주고, 현장에서는 1번부터 순서대로 하나씩 수행할 수 있도록 하죠.”






장비를 다루는 것 역시도 다양한 단계로 나누어 지도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학생들이 충분히 이해했는지를 확인하고, 잘 안되는 과정을 계속 반복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어느 순간 스스로 해내는 모습을 볼 때, 묵묵히 기다려왔던 선생님들은 가슴 뭉클한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실격의 눈물도 아름다운 이유

박수정 학생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동계스포츠를 시작했고, 강명은 학생은 지난해에 입문했다. 학생들이 알파인스키와 스노우보드를 모두 경험해 보도록 하고, 그중에서 원하는 종목을 고르도록 한다. 박수정 학생과 강명은 학생은 모두 스노우보드 종목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박수정 선수)

“앞을 보면서 내려올 때는 발의 뒷부분을 들고, 뒤를 보면서 내려올 때는 앞부분을 들어야 해요. 넘어질 때도 다치지 않게 넘어져야 해요. 앞으로 넘어질 때는 손목 말고 팔등으로, 뒤로 넘어질 때는 엉덩이가 먼저 닿도록 해요. 그래야 다치지 않거든요.”






(강명은 선수)

“먼저 발에 스노우보드를 고정시키고, 슬로프를 내려가면서 발을 살짝 들어야 해요. 발을 안 들고 무릎을 펴면 속도가 너무 빨라져서 넘어지고요. 발을 들고 무릎을 살짝 굽히면 천천히 내려올 수 있어요. 몸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속도가 달라지죠.”


스노우보드와 알파인스키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넘어지는 법’과 ‘일어나는 법’이다. 안전하게 넘어지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익혀야 슬로프를 자유롭게 내려올 수 있다. 그렇게 한 번, 또 한 번 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면서 눈 위를 가로지르는 기쁨을 느끼게 된다. 동계스포츠 설상 종목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힘을 길러준다.


(박수정 선수)

“초등학교 6학년 때 전국동계대회에 나갔어요. 그런데 자꾸 넘어져서 실격이 된 거예요. 너무 속상해서 혼자 울고, 선생님을 보자마자 또 울었어요. 그 다음 대회에서도 많이 넘어졌죠. 그래도 괜찮아요. 이번 대회는 또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전국동계대회에서 동계스포츠단의 목표는 학생들에게 도전의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실격의 아픔으로 눈물을 흘려도, 성공의 기쁨으로 충만해져도 그 어느 쪽이어도 괜찮다. 기문(게이트)을 모두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리프트를 타고 안전하게 경기를 마쳐보는 것. 큰 규모의 대회에 참여하고 끝까지 해내는 경험은 학생들의 인생에 자산이 될 테니 말이다.



속도를 스스로 조절해 보는 경험

이승주 감독은 동계스포츠가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스스로 결정하는 힘’을 길러준다고 얘기한다.


(이승주 감독)

“동계스포츠를 하다 보면 선수들은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맞닥뜨리는데요. 가장 먼저는 스키를 탈지, 보드를 탈지 고르고, ‘어떤 슬로프에서 탈지를 선택하죠. 내려오면서는 속도를 줄일지 더 낼지도 스스로 결정해요. 이렇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선택해 나가는 과정은 학생들에게 정말 소중해요. 스스로 결정하는 힘이 생기고, 자기 몸과 환경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자라거든요. 무엇보다도 자기 속도를 스스로 조절해서 내려간다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큰 배움의 기회가 됩니다.”


속도를 원하는 대로 조절하기 위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도, 힘들어도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성취하는 날이 온다는 것도 경험으로 배운다. 자신의 신체뿐만 아니라 장비를 활용해서 속도를 조절하는 동계스포츠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한다. 그래서 이번 평창 동계 전지훈련은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승주 감독)

“후원해 주신 덕분에 다양한 슬로프가 있는 곳에서 훈련할 수 있었어요. 안전한 환경에서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고, 학생들에게도 좋은 경험으로 남을 거예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메시지를 학생들이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마음이 학생들이 꿈을 이어가는 데 큰 힘이 되거든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물론 재정적인 지원은 필수적이다. 스포츠 장비를 구입하고 훈련 장소를 마련하는 일은 금전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승주 감독은 재정적 지원만큼이나 따뜻한 관심과 응원이 학생들이 동계스포츠를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거라고 얘기한다. 장애의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보다는 천천히 성장하는 학생들이 많은 터라 더 오랜 시간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저마다의 속도로 성장 중인 구미혜당학교 동계스포츠단 학생들. 누군가는 프로 선수를 꿈꾸며 슬로프를 내려오고, 누군가는 완주를 목표로 리프트를 오른다. 목표는 다르지만, 모두가 자신만의 자리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선생님들은 각자의 가능성을 믿고, 오늘도 곁에서 함께 걷고 있다.



‘나’를 응원하다

박수정, 강명은 학생은 전지훈련이 더 길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현했다. 2주, 아니 한 달 정도 더 오래 스노우보드를 타고 싶다고 한다. 그만큼 이번 전지훈련이 학생들에게 여러 의미에서 좋은 시간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또한, 앞으로도 계속 동계스포츠를 즐기며 행복하게 운동하고 싶다는 바람을 말한다.






(강명은 선수)

“저는 포기가 없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제가 포기하면 선생님이 속상해할 테니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고 싶습니다.”


(박수정 선수)

“저는 건강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아프면 대회에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니까요. 건강하게 스키를 타고 싶어요.”


학생들이 스포츠를 즐기고 크고 작은 대회에 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응원이 있었다. 가족과 학교 선생님, 훈련을 지원해준 이들 덕분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학생들에게 가장 의미가 컸던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의 응원’이었다. 스스로를 든든하게 지지할 만큼, 운동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학생들이다.


(강명은 선수)

“‘나는 할 수 있다!’하고 스스로 응원해요. 그리고 스노우보드 타다가 무서울 때면 ‘겁먹지 마! 겁먹지 마!’하고 주문을 외워요. 그러면 조금 괜찮아지거든요.”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성장해 나가는 학생들을 보면서 선생님들은 더 많은 경험의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다. 당장은 체감하지 못할지라도, 지금의 경험이 언젠가 분명히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걸든 그렇지 않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경험했다는 것’.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해냈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믿고 한 걸음씩 나아간 경험은 학생들의 가슴 속에 그 어떤 금메달보다 빛나는 자신감의 씨앗으로 남을 것이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각자의 속도로 찬란하게 나아가는 발달장애인 동계스포츠단의 겨울은 차가운 눈 위에서도 그 어느 곳보다 따뜻하다.


기획 : 김주현, 남궁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