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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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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보고 함께 느끼는’ 감동의 순간✨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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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보고 함께 느끼는’ 감동의 순간✨

시각장애인 초청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 현장을 가다🐯



사진 : 에스앤코



지난 2월, 공연장에는 인기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를 관람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북적였다. 커다란 전광판으로 공연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재생되는 가운데, 가족·지인과 함께 로비에 들어선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설렘과 동시에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중에는 흰지팡이를 짚거나 안내견과 함께한 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시각장애인의 문화 활동 기회 제공을 위한 초청 공연이 이루어진 날이다.



뜨거운 관심 속 250명 초청

오늘 행사는 전체 좌석 중 250석이 시각장애인과 동행인의 자리로 채워졌다. 오늘 관람하는 공연은 <라이프 오브 파이>. 매진 행렬이 이어지며 표를 구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은 작품이다. 이에 참가자를 모집할 때도 공지가 나간 지 하루 만에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한지윤 담당자)

“시각장애인 초청 공연 홍보를 진행하고 단 하루 만에 좌석이 마감되었어요. 그런데 마감이 된 이후에도 복지관 쪽으로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혹시 자리가 나면 꼭 연락을 달라고 당부하시면서요. 그만큼 이번 공연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어요.”


(신동선 담당자)

“초청 공연 참여 제안이 오기 전부터 저희 복지관에서도 시각장애인 분들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을지 찾아보던 참이었어요. 그런데 전석 매진이라 공연 관람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포기했거든요. 그런데 마침 한국장애인재단에서 연락이 와서 복지관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 분들이 관람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번 초청 공연이 시각장애인의 여가 및 문화 증진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평소 시각장애인의 초청 공연이 이루어지는 장르는 주로 연주회일 때가 많다. 눈이 아닌, 귀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음악 공연에 초청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시각장애인 중에서도 연극이나 뮤지컬 관람을 즐기는 팬들이 많지만 자주 접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혼자서 공연장이나 객석을 찾아가는 일이 힘들기에 동행인이 필요한데,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는 ‘동반 1인’의 티켓까지 모두 예매해야 하기에 경제적인 부담 또한 존재한다. 그래서 이번 시각장애인 초청 공연이 무엇보다도 반가웠다고 한다.



신동선 담당자



(신동선 담당자)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동반 1인이 함께 올 수 있어 공연장을 찾거나 좌석에 앉는 일에 어려움이 없었어요. 대부분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오셨고, 자원봉사자의 안내를 받으며 동행하신 분도 계세요. 안내견 동반도 가능해서 더욱 좋았습니다.”


물론 ‘장애인 보조견 표시’를 부착한 안내견의 공공장소 출입은 보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는 인식이 개선되어 안내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시각장애인들은 종종 조심스러워질 때가 있다고 얘기한다. 혹여라도 털 알레르기가 있는 관람객에게 피해를 줄까 봐서다. 하지만 오늘 공연은 대극장에서 열리고, 객석 간 간격도 넓은 편이라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들도 마음 놓고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기대를 안고 찾은 공연장

시각장애인 김지연, 양하은 참가자는 오늘 공연에 초대된 것에 대해 특별한 감사를 전했다. 두 사람 모두 평소 공연예술을 즐기는 편으로, 이번 작품 <라이프 오브 파이> 관람을 기대했다고 얘기한다.






(양하은 참가자)

“주인공 ‘파이’ 역을 박정민 배우가 연기하신다고 들었어요. 이전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만드셨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괜히 더 반가웠어요. 박정민 배우가 출연한 <얼굴>이라는 영화를 보며 연기가 인상 깊어 이번 작품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오늘 공연을 보게 되어서 무척 기뻐요.”


(김지연 참가자)

“원래 연극과 뮤지컬, 창극 이런 종류의 극을 좋아해요. 저 역시 판소리를 하는 소리꾼이고요. 한창 공연예술에 빠져 있을 때는 월급을 타면 티켓을 사는 데 투자할 정도였거든요. 박정민 배우의 팬이라서 오늘 공연이 정말 기대가 많이 돼요.”


이기호, 공화목 참가자는 가족과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 이기호 참가자는 아내와 공화목 참가자는 어머니와 동행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공연을 관람하는 일은 특별한 기쁨을 준다. ‘함께 공연을 봤다’는 추억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공화목 참가자



(공화목 참가자)

“평소에 연극이나 뮤지컬을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렇게 초청 공연을 통해 좋은 작품을 관람하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어머니와 같이 왔는데요. 공연에 대해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서 더욱 좋아요.”


(이기호 참가자)

“공연을 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한 번 꼭 와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신청했어요. 오늘 아내와 함께 왔는데요. 시각장애인은 무대를 눈으로 볼 수 없잖아요. 무대가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 연기할 때 배우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는 알 수 없어서 공연이 끝나면 아내에게 자세히 물어볼 생각입니다.”



사전 제공된 공연 정보 덕분에 기대감 키워

이번 공연은 제작사 측에서 공연 정보를 사전 공유하여 내용을 미리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공연에 대한 소개를 읽고 내용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었다. 공연 정보는 각각의 시각장애인에게 맞는 형태(점자, 텍스트 파일 등)로 재가공되어 전달되었다.



한지윤 담당자



(한지윤 담당자)

“공연 전에 사전정보를 전달받았어요. 저시력이신 분들에게는 직접 보실 수 있도록 디지털 파일 형태로 전해 드렸고, 전맹이신 분들에게는 텍스트로 변환해서 보내 드렸어요. 사실 공연장에 비치된 리플렛은 시각장애인 분들이 이용하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공연 정보를 파일 형태로 받아보니, 사전에 내용을 파악하고 오실 수 있어서 좋아하셨어요.”


참가자들은 제공된 공연 정보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서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작품에 다가가고자 노력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또한 모두가 한 목소리로 앞으로도 공연 정보가 사전 제공된다면 시각장애인의 공연 관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김지연 참가자)

“부끄럽게도 <라이프 오브 파이>의 원작 소설이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그래서 나중에 책을 꼭 구해서 읽어볼 생각이에요. 공연을 본 뒤에 책을 읽으면 내용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양하은 참가자)

“시각장애인은 화면낭독프로그램을 통해서 공연 정보에 접근하는데요. 공연 예매 사이트마다 정보 제공 방식이 달라서, 핸드폰이 아닌 컴퓨터로 접속해야만 내용을 읽을 수 있다거나 전체가 아닌 일부 내용만 접근이 가능한 경우도 있어요. 가장 좋은 건, 공연 정보는 물론이고 출연진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안내하는 것이죠.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사전에 공연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정착되면 좋겠어요.”


이기호 참가자는 라디오 방송에서 <라이프 오브 파이>를 소개하는 것을 듣고 호기심을 키웠다. 이처럼 라디오, 유튜브 등의 매체를 통해 공연 내용을 미리 파악하고 온 관람객들도 상당수였다. 음악 연주회가 아닌 스토리가 있는 공연이기에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관람에 큰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었다.



드디어 공연의 막이 오르다

로비에 “티켓 소지자는 미리 입장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 멘트가 울려 퍼지자, 삼삼오오 모였던 시각장애인 참가자들도 속속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동행인과 함께 좌석을 찾고 편안하게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사진 : 에스앤코



<라이프 오브 파이>는 캐나다의 소설가 얀 마텔이 2001년에 출판한 소설로 맨 부커상을 수상한 베스트셀러이며, 이후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소설과 영화에 이어 공연으로 재탄생한 것이 이번 작품이다.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가족과 함께 동물들을 싣고 캐나다로 이민 가던 중 여객선 사고를 겪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주인공 ‘파이’는 구명보트에 올라타 벵갈호랑이(리차드 파커)와 함께 약 230일간 표류하게 되는데, 파이의 믿을 수 없는 생존기가 바로 작품의 내용이다. 특히 퍼펫티어(인형을 직접 잡고 움직이며 연기하는 배우)가 호랑이, 얼룩말, 원숭이, 거북이 등의 동물들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이 일품이다.


1부가 막을 내리고, 인터미션 시간이 되자 객석은 소곤소곤 대화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공연을 함께 본 시각장애인과 동행인이 무대와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었다. 동행인들은 시각장애인 참가자들이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무대 구성과 퍼펫티어의 움직임 등을 설명하느라 바빴다. 이기호 참가자 역시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의 상상을 구체화해 가는 중이었다.


(이기호 참가자)

“주인공의 대사는 정확히 들리는데 주변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어요. 공연 중에 얘기를 나누면 다른 관람객들에게 방해가 되니, 인터미션 시간을 활용해서 아내와 대화를 나누었어요. ‘인간이 제일 무서운 존재’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어요.”


(김지연 참가자)

“배우들이 동물 소리를 흉내 내어 연기하는 것이 놀라웠어요. 또 주인공 박정민 배우의 에너지가 느껴졌어요. 2부에서는 주인공 파이와 함께 구명보트에 남겨진 호랑이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과연 호랑이가 적군이 될지 아군이 될지 지켜봐야겠어요. 스토리가 탄탄한 작품이라 더욱 재미가 있네요.”



김지연, 양하은 참가자



(양하은 참가자)

“주인공 파이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배우들의 연기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후반부에는 벵갈호랑이가 파이를 구해주지 않을까요?’라는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되는 ‘배리어프리 공연’

최근 공연예술계에서는 배리어프리 공연(Barrier Free: 장애인·고령자 등 누구나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장벽을 없애는 접근성 공연) 제작이 활발하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단차를 없앤 ‘무단차 공연장’을 만든다거나, 배리어프리존을 운영하여 장애인 관람객이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공연 관람에 시각장애·청각장애 관람객을 위한 시도도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중이다.


청각장애 관람객을 위해 배역별 전담 통역사를 배치하고, 스마트 안경을 지급하여 실시간 자막을 제공하는 시도도 이루어졌다. 또한 시각장애 관람객을 위해 음성해설을 곁들인다거나 점자 프로그램북을 만들고, 지체장애 관람객을 위해 휠체어석을 따로 마련하고 셔틀버스를 지원하는 등의 다양한 접근성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이기호 참가자는 음성해설 수신기를 통해 공연 내용을 전달받을 수 있다면, 시각장애인도 공연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이기호 참가자



(이기호 참가자)

“음악회는 그냥 가서 들으면 되지만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은 스토리를 잘 파악해야 제대로 관람할 수 있으니 아무래도 음성해설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스피커를 통해서 음성해설을 하면 비장애 관람객에게 방해가 될 수 있으니까 시각장애인을 위해 음성해설 수신기가 더 많이 보급되면 좋겠어요. 요즘 기기들이 워낙 잘 발달해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기억에 남을 특별한 하루

140여 분의 공연이 모두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 박수로 배우들에게 화답했다. 1층부터 3층까지 꽉 채운 관객들은 공연의 여운을 간직한 채로 발길을 돌렸다. 로비에서 건물 밖으로, 다시 지하철로 이어지는 길에 시각장애인 관람객과 동행인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가족의 팔짱을 끼고 정답게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는 사람, 흰지팡이를 두드리며 지하철 플랫폼을 지나가는 사람, 안내견과 함께 공연장을 나서는 사람들이 하나의 풍경에 어우러지며 행복한 장면을 연출했다.



박정연, 최상민 참가자



OTT 플랫폼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쏟아내는 지금도 여전히 공연예술이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한자리에 모인 관객들이 하나의 경험을 공유하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보며 느끼고 감동을 나누는 사이가 되는 것은 마법 같은 순간임이 분명하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보는’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공연예술계의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기를 응원한다.



기획 : 김주현, 남궁소담

사진 : 이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