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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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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안에서, 한 걸음 한 걸음씩💖

202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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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안에서, 한 걸음 한 걸음씩💖

자신만의 속도로 자라는 채민이👦🏻🌱





어떤 아이에게는 당연하게 흘러가는 성장의 시간이, 또 어떤 아이에게는 더 긴 기다림과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여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시간을 함께 건너는 사람들과 따뜻한 손길이 있다면, 아이는 결코 길을 잃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로 세상과 마주할 수 있다.

채민(가명, 만 3세)이 역시 그런 시간을 지나고 있다. 또래보다 조금 느린 채민이는 가족의 든든한 사랑과 꾸준한 치료, 그리고 따뜻한 나눔 속에서 오늘도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을 배우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마음으로 낳아 사랑으로 보살핀 시간

2023년 여름의 길목, 태어난 지 100일 무렵의 작은 아기가 한 가정의 품에 안겼다. 채민이는 가정위탁*을 통해 보호자의 가족이 됐다. 함께 밥을 먹고, 나란히 잠들고, 평범한 하루를 나누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채민이는 조금씩 가족의 일상 안으로 스며들었다.

*가정위탁 : 보호대상아동의 보호를 위하여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한 가정에 일정 기간 위탁하고, 친가정이 가족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


(아동 보호자)

“처음 채민이를 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가여워서가 아니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격 때문이었죠. ‘세상에 이렇게 귀한 아이가 어떻게 우리에게 와주었을까?’ 하는 감사한 마음뿐이었어요. 품에 안긴 채민이를 바라보며 심장이 두근거리고 떨렸던 그 순간은 아직도 잊지 못해요. 존재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큰 감동이었거든요.”


보호자는 채민이가 많은 사람의 사랑과 관계 속에서 자라기를 바랐다. 그렇게 함께 하루하루를 쌓아오며, 채민이는 어느새 가족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채민이 가족의 기다림

하지만 사랑만으로 아이의 모든 성장이 늘 순탄하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며 채민이가 또래와는 조금 다른 속도로 자라고 있다는 신호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동 보호자)

“채민이의 발달이 또래보다 조금 느리다는 걸 알고 고민이 많았어요. 부모 입장에서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 있지만, 부정하는 순간 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치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채민이가 30개월이 되었을 때 주저 없이 검사를 받고 치료를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유난히 웃음 많고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였지만, 신체와 언어 발달은 다소 더뎠다. 다른 아이들이 돌 전후로 걷기 시작한다면 채민이는 15개월이 지나서야 첫걸음을 내디뎠다. 말을 시작할 시기에도 모음 위주의 소리만 나오고 자음 발음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 의사소통을 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표현이 따라주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때로는 행동으로 먼저 반응하거나 크게 소리를 질러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동 보호자)

“처음에는 책을 읽어주려고 해도 잘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앉아서 놀이를 하려고 해도 싫어했고요. 자기 조절이 잘 안 되고, 답답함과 예민함 때문인지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데 오랜 시간 함께해보니 채민이가 언어는 느린데 음악에는 잘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




보호자는 아이를 조급하게 끌어올리기보다 채민이의 속도에 맞춰 필요한 치료와 도움을 연결하기로 했다. 그리고 치료와 함께 일상 속에서도 채민이가 자신의 방식대로 세상과 관계 맺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책을 억지로 권하기보다 음악을 들려주고, 일상 속 대화를 반복하며 행동으로 표현한 마음을 다시 언어로 연결해 주었다. 큰 목소리로 감정을 표현할 때는 차분히 말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원하는 것이 있을 때는 행동 대신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줬다.

그렇게 치료실과 일상에서 이어진 시간 속에서 채민이는 조금씩 자신의 속도로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자신의 마음을 세상에 전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한 걸음씩 넓어지는 성장의 가능성

가정에서의 기다림과 돌봄에 더해, 채민이는 이제 재활치료를 통해 성장의 가능성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채민이는 현재 일주일에 세 번씩 언어치료와 감각통합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감각을 바탕으로 몸을 움직이고 주변 환경을 경험한다. 이 과정에 어려움이 생기면 균형을 잡거나 힘을 조절하는 일, 새로운 활동에 참여하는 일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감각통합치료는 몸과 환경을 통해 들어오는 다양한 감각 자극을 보다 안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재활치료다.




(양윤석 치료사)

“처음 채민이를 만났을 때는 흥미가 생기면 무조건 돌진하고, 이러한 행동에 제한을 두면 크게 반응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모습들이 있었어요. 자기 조절이나 표현에 어려움이 있어 텐트럼(Tantrum)*과 유사한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텐트럼(Tantrum) : 언짢은 기분이나 짜증을 과도한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 예를 들어, 발달 지연 및 자폐성 장애 아동은 표현의 어려움, 환경이나 사물의 변화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소리를 지르면서 바닥을 뒹굴거나 울면서 거부하는 행동을 보일 수 있음.


채민이와 같은 유아기 아동은 움직임과 경험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 이것이 인지 발달로 이어지도록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민이는 감각통합치료를 받으며 다양한 움직임과 놀이 경험을 통해 몸을 사용하는 감각과 자기조절 능력을 차근차근 익혀나가고 있다.


(양윤석 치료사)

“채민이는 다양한 움직임과 감각 자극이 또래보다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구조물을 이용해 균형을 잡거나 힘을 쓰는 활동에서는 익숙하지 않다 보니 어려워하거나 회피하는 모습이 있었죠. 달리거나 새로운 운동 과제에 참여할 때도 아직 안정감이 부족해 다양한 움직임을 충분히 경험하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치료는 한 단계씩 다음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클라이밍과 사다리 오르기처럼 몸의 중심을 잡고 힘을 조절하는 경험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양윤석 치료사)

“최근 가장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변화는 채민이의 참여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10cm 높이의 허들을 넘는 것조차 어려워했는데 반복된 경험을 통해 점점 익숙해지고 있어요. 다양한 운동 과제와 교구 활동에서도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상과 연결되는 연습

치료의 변화는 일상에서도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겁을 먹고 오르지 못하던 계단을 손잡이를 잡고 스스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손가락 힘이 부족해 색연필을 제대로 쥐지 못했던 아이가 직접 선을 그려 나가게 됐다. 사용하는 단어도 늘었고, 놀이 안에서 사람과 연결되는 모습도 생겼다.




(아동 보호자)

“예전에는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어려워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런데 감각통합치료도 받고, 언어 자극을 많이 받다 보니 일상에서 보이는 변화가 정말 많아요. 말도 늘고, 대근육과 소근육 활용도 높아졌어요.”


예전에는 장난감이 있어도 어떻게 가지고 놀아야 하는지 몰랐다. 그런데 치료실에서 선생님과 일대일로 함께 놀이하는 경험을 쌓으면서 집에서도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방법을 조금씩 익혀가기 시작했다. ‘정리하고 다음 놀이를 하자’는 약속도 이해하게 됐다.

장난감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모습은 다른 아이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일 수 있지만 보호자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는 행동이 아니라, 활동에는 순서가 있고 함께 지켜가는 약속이 있다는 것을 아이가 배워가고 있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아동 보호자)

“치료 전에는 상호작용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상호작용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혼자 있으려고 했다면 지금은 놀 때도 엄마 손을 잡고 같이 가자고 하고, 옆에 앉으라고 해요. 원래는 함께 논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는데, 치료를 받은 후에는 혼자 놀기보다 함께 있으려고 하는 모습이 많아졌어요. 그런 순간들을 볼 때마다 채민이가 조금씩 발달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이로 자라기를

채민이가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은 엄마와 아빠 두 사람과 함께 있을 때다.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는지 목소리도 커지고 활기도 넘친다. 그리고 그 안에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분명한 기쁨이 담겨 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세상 밖으로 나가는 일이 늘 따뜻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식당에서 채민이가 큰 소리를 냈을 때 조용히 해달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고, 가게나 지하철에서 차가운 시선을 느낀 날도 있었다. 보호자는 그런 순간들이 결국 부모와 아이를 점점 더 좁은 공간으로 밀어 넣는다고 느꼈다.


(아동 보호자)

“아이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닌데도 차가운 시선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부모는 다른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아이를 다그치게 되는 순간이 생겨요. 그게 참 속상합니다. 발달이 느린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이해와 기다림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보호자가 바라는 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발달이 느린 아이들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그저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다. 누군가의 다름을 불편함으로만 바라보기보다 조금 더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세상이다.

그리고 보호자가 채민이에게 바라는 것 역시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아동 보호자)

“그저 채민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이로 자라나면 좋겠어요. 그리고 받은 사랑을 기꺼이 건넬 줄 아는 아이로 컸으면 좋겠습니다.”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사랑받고, 또 그 사랑을 기꺼이 건넬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는 것. 그것이 보호자 부부가 채민이를 처음 품에 안은 날부터 간직해 온 바람이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만난 지원은 그 시간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게 해준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다.


(아동 보호자)

“기부라는 마음 하나가 결국 이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저희는 몸과 마음으로 아이를 키우지만,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가 보내주는 마음은 결국 사회 전체를 위한 사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사랑 덕분에 채민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어요.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채민이의 성장은 빠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는 분명 자기만의 속도로 자라고 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아이의 속도를 믿고 기다리는 가족이 있고, 성장의 길을 함께 열어주는 선생님이 있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따뜻한 마음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사랑 안에서, 한 걸음 한 걸음씩 채민이는 오늘도 조금씩 세상을 향해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기획 : 박로사, 장희주

사진 : 조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