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설명하였듯 이들은 아직 법적으로 장애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 중 일부가 '장애인 정책' 항목에 있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경계성 지능 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는 법적 장애에 포함되지 않는 경계선지능인의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경계선지능인을 포함하여 장애의 범주를 넓힐 것인지 별도의 정책이 필요할지에 대한 논쟁이 있는 상황에서 '장애'를 전제한 용어가 공약에 포함된 것은,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정치권 내부의 개념적 이해 부족을 보여주었습니다(오마이뉴스, 2025.05.30.).
📌 정책의 사각지대 속 경계선지능인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정의와 어떤 정책틀에서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는 현재까지도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나아가 경계선지능인이라는 명칭도 '지능'에 초점을 맞춘 협소한 용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시민사회에서는 '느린학습자'라는 용어를, 학계에서는 '경계선급 지적 기능'이라는 용어를 선호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용어들은 '지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이들이 겪는 학습·사회성·정서 발달 등 다층적 특성을 반영하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오마이뉴스, 2025.05.30.). 국내엔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정확한 통계 또한 부재한 상황입니다. 다만 지능지수 정규분포도를 근거로 전체 인구의 약 13.59%가 경계선지능인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만큼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법적근거도 부재한 상황입니다. 2020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지자체별 조례 제정 및 정책개발 연구 등이 진행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용어조차 통일되지 않고 있으며, 지원체계조차 제각각인 상황입니다(한겨레, 2023.05.04.).
✅지원받을 수 없는 경계에 있는 사람들
경계선지능인은 현재 법적 장애로 인정되고 있지 않습니다. '장애정도판정기준’에 명시된 ‘지적장애’ 기준(지능지수 70 이하)에 해당하지 않아 장애인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장애인복지법’ 등 관련 법령에 의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평균 지능(85~115)에 미치지 못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회에서 낙인이 찍힌 채 차별과 불이익을 받고 있습니다(한겨레, 2023.05.04.).
이에 2023년 장애등록신청을 반려한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경계선지능인 'ㄱ씨'는 지능지수가 72이지만 이것이 'ㄱ씨'의 기능을 온전히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ㄱ씨'의 변호사는 “ㄱ씨가 언어능력은 높더라도, 추론능력과 작업 능력 등 여러 능력이 저조해 불균형한 상태를 이루고 있고, 이로 인한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며 “사회 기술, 소통능력의 부족으로 사회생활 영위에 많은 제약이 있다. 이런 상태가 고착화돼 치료나 교육 통해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성인 경계선 지능인의 특징이자 어려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ㄱ씨'는 장애 등록을 하지 않아도 경계선지능인을 지원하는 사회적 인프라가 있다면, 이런 소송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제도권에 들어가길 바라는 것이 다라고 하였습니다. 장애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현재는 장애인으로 법적인 인정을 받는 것뿐이기 때문에 장애로 등록되기를 희망한다는 것입니다(한겨레, 2024.11.21.).
✅‘장애’ 아닌 ‘맞춤 정책’ 접근 필요
한편, '장애' 범주에 경계선지능인을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도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등록제는 '손상' 중심 구조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현재의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야 등록이 유됩니다. 그러나 경계선지능인은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성장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장애 등록 범주에 포함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구교육대학교 특수통합교육과 이미지 교수는 장애 등록제에 대해 "나아짐을 인정하지 않는 제도"라고 하며, "경계선지능인을 장애로 편입할지 여부는 장애기준에 충족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장애인 서비스를 받으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둬야 하며, 당사자들이 원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오마이뉴스, 2025.05.30.).
경계선지능인은 적응상 어려움의 정도에 차이가 있으나 하지만 영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청년기, 중장년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다양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성인 이전 시기에는 학습과 또래 관계의 문제로 학교 부적응응 경험할 수 있고, 성인이 되어서는 직무적응과 직장 내 관계맺기 및 유지의 어려움으로 인해 이직과 불안정한 고용 문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입대 및 군생활 문제, 친구나 연인관계의 유지 어려움,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 능력 부족, 지역사회 참여 및 지원 정보에 대한 낮은 접근성, 양육기술 부족으로 인한 자녀양육의 문제 등 다양한 적응상의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에이블뉴스, 2025.02.17.). 이에 이들을 단순히 장애 범주 안에 넣어 기존 제도의 지원을 받게 하는 것보다는 이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적합한 지원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사회적 공감과 책임
이번 대선에서 주요 후보자들의 공약이 경계선지능인을 주목하고 언급하고 있다는 것은 이들을 지원하는 정책이 발전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경계선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상태이며, 이들을 정책의 대상으로 정의하고 지원하기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어 보입니다. 이번 대선 공약은 이들에 대한 관심의 시작일 뿐,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향후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실제 통계자료를 구축하고 이들의 생활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지원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