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 이주민, 등록해도 복지 ‘제로’
지난 23일 장애이주민권리보장네트워크가 개최한 출범 토론회 ‘장애와 이주, 이중의 차별을 넘어’에서는 장애 이주민을 위한 법·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하나로 모였습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이 외국인에 대해 장애인등록을 제한하고 있으며, 장애인 등록을 하더라도 난민인정자를 제외한 동포, 영주권자, 결혼이민자는 연금·수당, 교육·보육, 의료·재활 등 대부분 장애인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에이블뉴스, 2025.09.23.). 이날 토론회에서 이주와 인권연구소 김사강 연구위원은 “2020년 기준 건강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다고 답한 이주민은 5%, 내국인은 5.2%였다. 하지만 이중 장애인 등록을 한 인구는 내국인은 98.1%인 반면 이주민은 1.9%에 불과했다”고 지적했습니다(에이블뉴스, 2025.09.23.). 즉, 전체 장애 이주민 가운데 실제로 장애인 등록을 한 사람은 100명 중 2명도 되지 않는 것입니다. 장애인 등록 이후에도 장애인복지 서비스 이용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2023년 보건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의 질의에 답변한 내용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장애인 등록을 마친 장애 이주민 중 복지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한 사람은 단 6명(0.1%)에 불과했습니다(웰페어뉴스, 2023.10.16.). 이처럼 장애 이주민은 등록 단계부터 장애인복지 서비스 이용에 이르기까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 국적과 체류자격에 따라 차별 받는 장애 이주민
현행 '장애인복지법' 에서는 재외동포, 영주권자, 결혼이민자, 난민인정자에 한해서만 장애인등록을 허용하고 있으며, 예산 상황에 따라 이들을 복지지원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한국장애인신문, 2025.09.23.). 장애인에 대한 지원 정책을 적용대상을 개별 사업마다 달리 정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장애인등록제를 통해 권리가 주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복지법' 상 장애인 등록이 불가능한 체류자격을 가진 이주민은 제도적 보장을 받을 수 없습니다(동천 칼럼, 2023.04.27.). 예를 들어 열악한 환경에서 산업재해에 노출되어 있는 외국인노동자나 유학생, 한국에서 오래 거주하고 있는 아동도 장애인등록을 할 수 없습니다. 재외동포의 경우 체류자격에 따라 거소 신고 대상 여부가 결정되는데 거소 신고 대상이 아닌 경우 장애인등록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여기에는 저숙련 노동을 제공하기 위해 입국하는 재외동포(방문취업(H-2))이 포함되기 때문에 해당 체류자격을 가진 재외동포가 일을 하다가 사고로 장애를 입어도 장애인등록을 할 수 없습니다.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아 인도적 체류자격을 받은 경우에도 장애인등록이 불가능 합니다. 예를 들어 본국의 내전을 피해 한국에 입국했으나, 난민이 아닌 인도적 체류자격을 받게 된다면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동천 칼럼, 2023.04.27.). 외국 국적의 장애 아동은 장애전담어린이집에 대한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없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자녀로 동반비자를 가진 장애 아동은 장애전담어린이집을 다닐 수는 있으나 정부지원을 받을 수 없어 일반 어린이집에 비해 2배가량 높은 보육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재활치료를 위한 바우처 사용이나 장애인복지관 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이주민과함께, 2025.04.25.).
📌 UN 권고 외면하는 한국 정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RPD)와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각각 2014년, 2022년, 2025년 세 차례에 걸쳐 한국 정부에 장애 이주민에 대한 차별 해소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실질적 이행 조치는 여전히 미흡한 상황입니다(한국장애인신문, 2025.09.23.). 2014년 CRPD는 제1차 한국 심의 최종견해에서 장애 이주민이 기본적 장애 지원 서비스 이용에 제한받지 않도록 장애인복지법 제32조를 폐지할 것을 권고하였으나, 한국 정부는 일부 비국적자에 대해서도 장애인등록을 허용하고 있으며, 소득 및 재산을 기준으로 급여를 제공하는 경우에 국외의 소득 및 재산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원칙적으로 내국인에 대해서만 신청자격을 인정하고 있다고 반박하였습니다. 이후에도 CRPD는 2022년 제2-3차 심의 최종견해에서도 반복적으로 해당 사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장애 이주민이 기본적인 장애 관련 서비스 및 사회보장 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하였습니다(동천 칼럼, 2023.04.27.). 그러나 아직까지도 장애 이주민은 장애 관련 서비스에서 배제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오는 2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UN CERD)에 장애 이주민에 대한 차별철폐 권고를 요청하는 시민사회 보고서가 제출되었습니다. 한국이 CERD에 ‘장애 이주민’을 주제로 한 독립 보고서(주제별 대안 보고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보고서는 한국의 장애이주민이 ‘이중의 차별’에 놓여있음을 지적하며, CERD 위원회에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권고를 요청했습니다(중앙일보, 2025.04.03.).
① 장애인 등록 제도에서 국적 및 체류자격에 따른 제한을 철폐하고 장애 여부와 복지 필요성을 기준으로 장애인 등록을 허용할 것
② 등록된 장애 이주민의 복지서비스 이용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제한이 필요한 경우 최소한으로 할 것
③ 등록되지 않은 장애 이주민을 포함한 공적 통계 및 실태조사를 할 것
한편, 최근 심의를 마친 국가인권위원회의 CERD 독립보고서는 일부 위원의 반대로 기존 안의 핵심 내용이 삭제·축소되어 논란에 휩싸기도 했습니다. 기존 안에는 성년이 된 이주 아동 체류권 보장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 불법체류 외국인 용어 철폐 등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이에 인권위가 책무를 저버리고 한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중앙일보, 2025.04.03.).
📌 체류자격이 아닌 장애와 필요로 보장돼야 할 권리
한국에 거주하는 장애 이주민은 국적과 체류자격이라는 굴레 속에서 제도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국적과 관계없이 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재공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영주권이 없더라도 장애 관련 서비스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에이블뉴스, 2025.09.23.), 독일의 경우 거주 허가를 받은 장애인에 대해 통합지원급여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역시 거주 허가를 가진 장애인이라면 장애인 간병비 보조금, 추가비용·자동차·보조기구 수당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웰페어뉴스, 2023.10.16.). 한국의 경우 수차례 장애 이주민 차별에 대한 시정을 국제기구에서 권고했음에도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국민을 위한 제도라는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국적과 체류자격을 이유로 장애 이주민을 제도 밖으로 밀어내는 것은 명백한 차별입니다. 장애는 국적을 가리지 않습니다. 국적과 체류자격이 아닌 장애 여부와 필요를 기준으로 복지를 보장하는 법적·제도적 변화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