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을 '대상'이 아닌 '이웃'으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집이 지역 안에 있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함께 인사를 나누고, 일하며 관계를 맺는 이웃으로 살아갈 때 비로소 지역사회 안에서의 삶이 완성됩니다.
최근 대구 동구의 안심마을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심마을에서는 발달장애인과 주민이 카페와 작업장 등에서 함께 일하고, 협동조합과 복지기관, 주민들이 협력해 일자리와 돌봄, 주거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필요에서 시작된 공동체는 발달장애인의 고립을 줄이고,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머니투데이, 2026.07.12.; 오마이뉴스, 2025.08.18.).
안심마을 사례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이 복지서비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공동체를 통해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에 국내외 장애인 마을공동체 사례를 통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이웃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 해외 사례로 본 장애인과 지역사회의 공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주거뿐 아니라 이동환경, 일자리, 공동체 관계가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도시환경 개선부터 공동체 기반 생활, 지역사회 일자리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를 지원하는 모델을 구축해 왔습니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버딘에서 시작된 캠프힐(Camphill)은 장애인 생활공동체로, 현재는 유럽을 비롯해 북미와 아시아 등 전 세계 20여 개국 100여 곳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생활하고 일하는 대표적인 지역사회 공동체 모델로, 주거와 일자리, 문화·여가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며, 농장과 카페, 제빵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장애인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국내 강화군 큰나무 캠프힐 역시 이러한 모델을 바탕으로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참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기호일보, 2024.12.03.).
독일의 마르부르크는 장애인 권리운동을 바탕으로 도시 전반을 배리어프리 환경으로 조성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장애인 자문위원회와 도시계획을 통해 유도블록, 음향신호기, 경사로 등 접근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했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 지원기관인 블리스타(blista)는 교육, 직업훈련, 보조기술 개발 등을 통해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이대학보, 2022.11.28.).
한편, 네덜란드는 케어팜(Care Farm) 정책을 통해 농업과 복지를 결합한 지역사회 기반 모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국 1,000여 개 이상의 케어팜에서는 농업뿐 아니라 제과, 공방, 식당 등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하며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지원합니다. 이러한 모델은 사회지원법(WMO), 장기요양보험(WLZ) 등 제도적 기반과 농업·복지·경제 부처 간 협력을 바탕으로 확산되었습니다(에이블뉴스, 2025.07.17.).
이들 사례는 형태는 다르지만,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접근 가능한 환경과 안정적인 주거, 일자리, 공동체 관계가 함께 구축되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지원이 중요하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보여줍니다.
📌 국내에서도 시작된 장애인 지역사회 공동체
국내에서도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이웃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마을공동체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들 사례는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으로 한정하지 않고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며,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대표적인 사례인 대구 안심마을은 협동조합과 사회복지기관, 주민이 함께 일자리와 돌봄, 주거를 연결하는 공동체입니다. 발달장애인은 카페와 작업장, 마을행사 등에 주민들과 함께 참여하고, 코로나19 시기에는 마스크 제작과 구호활동에도 참여하는 등 지역사회를 함께 지탱하는 구성원으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안심마을은 장애인을 위한 별도 공간이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마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머니투데이, 2026.07.12.; 오마이뉴스, 2025.08.18.).
서울 마포구 사부작은 발달장애청년이 복지시설이 아닌 마을에서 이웃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동아리 활동과 옹호가게 발굴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동마다 장애인과 주민을 연결하는 거점을 마련하는 '1동 1사부작' 조례 개정을 제안하며,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서비스보다 평범한 일상을 함께하는 이웃과의 관계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비마이너, 2026.05.06.; 이로운넷, 2022.08.08.).
인천 강화군 큰나무캠프힐은 발달장애인과 가족,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카페와 농장, 공동생활가정 등을 운영하며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참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주민들과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 카페와 음악회 등이 지역의 교류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며,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마을에서 생애주기에 맞는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경인일보, 2025.08.05.).
📌 '돌봄'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마을'로
캠프힐과 독일 마르부르크, 네덜란드 케어팜, 그리고 국내 안심마을과 사부작, 큰나무캠프힐은 운영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를 전합니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시설이 아닌 마을 안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일상을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접근 가능한 생활환경과 안정적인 주거, 일자리뿐 아니라 이웃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환경은 복지서비스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으며, 지역 주민과 지자체, 복지기관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 속에서 가능해집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을 '돌봄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바라보는 인식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일하고 교류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경험이 쌓일 때,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도 한층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