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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와 나누는 마음, 그리고 새로운 시작!✨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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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와 나누는 마음, 그리고 새로운 시작!

부상제대군인을 위한 동료상담 자조모임



부상제대군인을 위한 자조모임 동료상담가(전숭보, 이한)



10월 1일, 국군의 날. 나라를 지키겠다는 사명으로 전장을 누볐던 군인들에게 이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훈장처럼 빛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군복무 중 부상을 겪고 묵묵히 자신을 감내하는 ‘부상제대군인’이 있다. 그들의 하루하루는 훈련과 작전, 극한의 순간이 남긴 아픔과 상처의 연장선이기도 하기에, 국군의 날만큼은 그들의 희생을 기리고 치유의 길을 함께 걷는 날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바로 그 길 위에는 전우들의 상처를 다독이며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동료들이 있다.



전우와 함께 만들어가는 치유의 시작
한국장애인재단이 지원한 ‘부상제대군인을 위한 동료상담 자조모임’은 부상제대군인 동료들의 상처와 아픔을 어루만지며 치유의 길을 제시하는 작은 등대이자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주은 담당자는 직접 현장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 부상제대군인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필요한 지원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실행에 옮긴 결과, 부상군인 스스로가 상담가로 참여해, 후배 부상군인들에게 본인의 경험과 회복 과정을 나눌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이주은 담당자(퍼플하트)

(이주은 담당자)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해 온 의미 있는 사업인 만큼, 준비도 아주 철저히 했습니다. 수도병원 치료 시절, 저를 수술했던 중령님과 꾸준히 만나면서, 치료받던 인연을 시작으로 환자들을 센터와 연결해 주셨어요. 병원의 협조가 이 프로젝트의 큰 핵심이자 관건이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고, 결국 최종 승인까지 받게 됐습니다.”

이주은 담당자는 단순히 만남을 주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배 부상군인을 먼저 선발· 교육해 동료상담가로 세웠는데, 비슷한 부상을 겪은 동료상담가가 실질적인 생활 노하우와 회복 과정을 전하며 용기를 건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동료상담가 역시 감정적으로 과도하게 몰입할 경우, 오히려 자신에게 독이 될 수 있기에 ‘어떻게 듣고, 어떻게 감정을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동료상담 자격교육도 철저하게 병행하기도 했다.


든든한 지원군, 동료상담가
군대에서 각각 다른 사고와 부상을 겪은 동료상담가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우들의 현실적인 필요를 이해하고 지원할 뿐 아니라, 전우들의 마음과 내면을 보듬는 ‘동료상담 자조모임’의 든든한 멤버이다.

이주은 담당자, 동료상담가(전숭보, 이한)

부상제대군인 동료상담 자조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한 동료상담가는 2010년 연평도 포격전에서 얼굴과 사타구니, 무릎에 총상을 입었고, 전숭보 동료상담가는 군 복무 중 부대 버스 전복사고로 척수 손상을 입어 현재는 휠체어를 사용한다.

전숭보 동료상담가


(전숭보 동료상담가)

“처음에는 전문적인 상담을 주고받겠다는 취지가 아니라, 제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서 참여했어요. 사고 당시 저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선배나 상담가가 없어서 외로웠거든요.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제가 그런 역할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한 동료상담가)

“부상 당시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친구가 죽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했어요. 이후 너무 두렵고 무력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심하게 왔죠. 꾸준히 병원 치료와 심리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으면서 마음을 정리하려고 했지만, 결정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가 마음에 남더라고요.”



동료상담가는 부상을 겪었던 과거를 회상하며 공통으로 한 가지를 분명히 짚었다. 바로 “그때 당시 나의 상처를 공감해주고 치유해주는 사람은 없었다”라는 점이다. 막막한 미래와 현실을 혼자서 묵묵히 견뎌냈던 경험이, 이후 동료상담가로 나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같은 아픔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
동료상담가는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한 사례자를 떠올렸다. 군복무 중 두 다리를 거의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큰 부상을 입은 한 원사님의 사연이었다.

전숭보, 이한 동료상담가

(이한 동료상담가)
“원사님은 5톤 트럭 정비 도중 큰 트럭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양다리를 심하게 다치셨어요. 처음에는 절단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다행히 수술을 계속 진행하며 지금까지 회복 중이십니다. 상담을 통해 신체적 부상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삶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현실을 간접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고, 이런 문제들이 빨리 해결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담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아픔이 무엇인지 묻기 전에 ‘나의 경험’을 먼저 털어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본인의 상처와 아픔을 먼저 오픈하고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계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동료상담가 자격교육

(전숭보 담당자)
“전우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제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눈빛이나 표정이 달라지는 순간들을 느껴요. 그때는 저도 모르게 저의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나 도전의 씨앗이 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과 확신을 느끼기도 합니다.”

상담이 끝났다고 해서 그들의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모임을 통해 마음속에 쌓였던 감정을 정리하고, 각자의 상처와 고민을 한층 더 정성스럽게 돌아보게 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과 ‘자신’을 비로소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변화하고 바뀌게 된 건, 결국 ‘나 자신’
동료상담가는 자조모임을 통해 자신의 부상 당시 기억과 마음을 회상하며,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감정들을 되살렸다. 누군가의 아픔을 이해하려면 먼저 마음을 열고,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게 드러낼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다가가며 ‘우리가 마음을 나누고 있다’라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 것이다.

이한 동료상담가

(이한 동료상담가)
“누군가를 상담하고 공감하려면, 결국 저 자신이 바뀌어야 해요. 예전에는 스스로 괴로웠던 순간들을 회피하기도 했고, 부상의 강도에 따라 ‘아픔’이 상대적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모임을 통해 깨달았어요. 결국 ‘내가 겪은 아픔이 제일 큰 것이다’라는 것을요. 그렇게 다른 사람의 아픔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그제야 제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도 완전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되었고, 동료들에게도 진정한 ‘나’를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전숭보 동료상담가)
“다른 부상군인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이 많아요. 그럴 때면 ‘내가 과연 그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을까?’ 하면서 저 자신을 의심한 적도 많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보잘것없는 작은 마음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불안의 씨앗은 점점 옅어지게 됐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삶과 일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료상담 자조모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비롯된 용기와, 작은 나눔은 나비효과가 되어 커다란 울림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마음을 나누면서, 무겁던 짐은 덜어지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결 가벼워진다. 나만의 아픔에 갇혀 있던 시간이 서서히 풀리면서, 함께 연대하며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에너지를 생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동료상담 자조모임이 만들어 내는 진정한 힘이기도 하다.


후배 부상군인을 위한 바람
심리 상담에만 머무르지 않고, 부상군인들에게 현실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두 사람은 저마다의 바람과 소망을 전하며 현장에서 묵묵히 희생한 영웅들을 재조명했다.

동료상담가(전숭보, 이한), 이주은 담당자

(전숭보 동료상담가)
“부상제대군인에게는 재활과 사회 적응을 위한 지속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가족들에게는 돌봄 부담을 덜어줄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사자와 가족이 함께 회복해야만 진정한 치유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한 동료상담가)
“연평도 포격전 당시, 저를 살리기 위해 포탄 속으로 뛰어든 차지연 하사라는 분이 있습니다. 그 분께서는 본인도 부상을 당했음에도, 현장에서는 저희를 먼저 생각해 주셨는데요. 하지만 아무런 보상이나 명예를 받지 못했어요. 그런 분들이 진짜 영웅이거든요.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런 영웅분들의 사연이 세상에 더 드러나면 좋겠습니다”

(이주은 담당자)
“부상군인들은 대부분 청년이라 취업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항상 함께 고민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다치면 군에서 다 해주는 거 아니야?’ 혹은 ‘보험으로 다 해결되는 거 아니야?’인데 실제로는 제도 자체가 많이 부족합니다. 이번 자조모임을 발전시켜 청년들이 전역 후 취업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


꿈과 지금, 그리고 꾸준하게!
동료상담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이다. 입대 전부터 목표로 했던 꿈이 현재의 삶과 이어져 의미를 찾고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운동을 사랑했던 전숭보 동료상담가는 장애인 조정 선수로 도전을 이어가며,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현재는 마라톤에 푹 빠져있다.

전숭보 동료상담가

(전숭보 동료상담가)
“소소한 바람이 있다면 마라톤에 참여하는 저를 보고 많은 분이 ‘뭐든지 할 수 있다’라는 동기부여를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배우 지망생이었던 이한 동료상담가는 본인이 실제로 겪었던 ‘2010년 연평도 포격전’ 이야기를 담은, 연극 <연평>의 주연배우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이한 동료상담가)
“어느 순간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순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 순간, 햇빛, 배고파서 먹는 밥, 이 모든 게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주위에 소중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고, 자신도 결국엔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이주은 담당자)
“오랫동안 바라왔던 부상제대군인을 위한 ‘동료상담 자조모임’이라는 꿈이, 한국장애인재단의 지원 덕분에 현실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저 혼자만의 바람으로는 쉽게 이룰 수 없었을 길을 함께 열어주신 기부자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프로그램이 꾸준히 이어져 더 많은 이들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길 바랍니다.”

부상제대군인들이 ‘지금’을 충실히 살아가며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도록, 그리고 삶의 희망을 놓치지 않도록 이끌어주는 ‘꾸준함’이야말로 동료상담 자조모임이 전달하고자 하는 진짜 메시지일 것이다. ‘지금’, ‘꿈’ 그리고 ‘꾸준함’은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며 한 걸음씩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든든한 응원을 통해 부상제대군인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음의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힘’이 곧 ‘내일을 여는 희망’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취재 : 황신아, 감신영
사진 : 홍경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