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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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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기부가 만드는 아름다운 기적✨

202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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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기부가 만드는 아름다운 기적

희귀질환을 가진 유나 이야기👧💕




모든 꽃은 각자의 계절에 피어난다. 따뜻한 봄에 피는 꽃이 있다면, 추운 겨울에 만개하는 꽃도 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저마다의 속도대로 성장하여 언젠가는 자신만의 꽃을 피운다. 희귀질환으로 스스로 몸을 가눌 수도, 앉을 수도 없었던 유나는 많은 사람의 응원과 관심 속에 이제 중심을 잡고 앉을 수 있게 되었고, 필요한 물건을 손으로 잡아 옮길 수 있게 되었다.


만 4세가 스스로 앉고 물건을 드는 것이 특별한 일인가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나에게 이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유나는 오늘도 놀이하듯 즐겁게 치료를 받는다. 많은 사람의 사랑과 응원 덕분에 유나는 무럭무럭 자라나는 중이다.



즐거운 치료의 시간

파주시에 위치한 한 소아재활치료센터. 이곳에는 각자의 성장과 회복을 위해 마음을 다하는 아이들이 모여 있다. 유나도 그중 하나이다. 매주 월, 수, 금요일이면 유나는 이곳을 찾아 감각통합치료, 작업치료, 연하치료, 물리치료, 수치료 등 다양한 재활 과정을 밟는다. 오전 8시 30분부터 치료가 시작되기에 유나의 하루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열린다. 유나의 아버지는 유나의 일과를 이렇게 소개한다.


“아침 6시 30분쯤 일어나 밥을 먹고 준비해요. 치료센터까지 차로 1시간 남짓 달려와 오후까지 꽉 찬 치료를 받죠. 일찍 시작하는 하루가 가끔은 피곤할 법도 한데, 다행히 유나는 늘 즐겁게 치료에 임해요.”



오늘의 첫 프로그램은 감각통합치료이다. 이는 대근육과 소근육 조절, 혹은 눈과 손의 협응 능력이 부족한 아동들이 다양한 신체활동을 경험하며 감각 자극에 스스로 적응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유나는 ‘플랫폼 스윙’이라 불리는 그네에 앉아 몸의 균형을 잡는 연습을 한다. 흔들리는 그네 위에서 바를 붙잡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지만, 유나는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버텨낸다.



치료사는 그네 주변에 색색의 공을 붙여두고 유나에게 하나씩 떼어 바구니에 넣어보라고 권한다. 공을 꽉 쥐고 테이프를 뜯어내는 섬세한 동작 하나하나가 유나에게는 소중한 성장의 발판이다. 치료사의 따뜻한 칭찬이 이어질 때마다 유나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진다.


그네에서 내려와 볼풀장으로 이동할 때도 치료는 계속된다. 치료사는 유나가 어떤 방법으로 내려가는 것이 좋을지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도록 기다려준다. 천천히 다리를 내리고 엉덩이를 바닥에 붙여 앉는 유나. 예전에는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크게 흔들렸지만, 이제 유나의 자세는 제법 안정적이다. 굴러가는 공을 따라 시선을 옮기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유나에게 이 시간은 힘겨운 재활인 동시에 가장 행복한 놀이 시간이다.



치료법조차 존재하지 않는 희귀질환의 벽

유나는 중증 뇌병변장애와 함께 ‘에피소딕 아탁지아 2형(Episodic Ataxia Type 2)’이라는 희귀질환을 안고 태어났다. 생후 18개월 무렵 진단받은 이 질환은 흔히 ‘우발적 운동실조’라고도 불린다. 이 병을 갖게 되면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해 자주 넘어지고, 대근육 발달이 늦어져 서거나 걷는 등의 기본적인 동작이 매우 어렵다. 손 떨림 증상 때문에 세밀한 근육을 사용하는 일 또한 유나에게는 큰 도전이다.



음식을 먹고삼키는 연하 과정 역시 쉽지 않다. 재료를 잘게 자르고 묽게 만들어야만 식사가 가능하며, 물을 마실 때도 사레가 들리지 않을까 늘 곁에서 지켜봐야 한다. 인지 및 언어 발달의 지연으로 일상 전반에서 보호자의 전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태이다. 아버지는 유나가 6개월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아이의 발달이 더디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발달 정도를 체크하게 되잖아요. 유나가 조금 늦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처음에는 그저 기다리면 나아질 거라 믿었어요. 하지만 점점 늦어지니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결국 병원을 찾아 유전자 검사를 했고 희귀질환이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전 세계 80억 인구 중 고작 2만 명 정도가 가진 병이라는 말에 정말 막막했습니다.”


병명을 찾아내긴 했지만, 그 이후가 더 큰 문제였다. 이름을 알았어도 명확한 치료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유나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지금 유나와 가족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꾸준히 병원을 다니며 재활 치료를 병행하는 것뿐이다.



장애인 가정이 마주한 현실적인 어려움

유나처럼 희귀질환을 가진 아이를 둔 가정은 가혹한 경제적 현실에 직면한다. 매달 반복되는 치료비는 물론이고 병원을 오가는 교통비, 식비, 기저귀와 같은 생계비를 감당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보험 혜택조차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모든 비용은 고스란히 가족의 몫이 된다. 이 때문에 어떤 아이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생명줄과 같은 치료를 잠시 중단하기도 한다.



“보험료 할증을 피하려고 치료를 6개월이 넘도록 쉬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유나처럼 근육 질환이 있는 아이들은 치료를 중단하면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걸 의미해요. 수개월에 걸쳐 겨우 익힌 자세 하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치료 비용을 마련하는 일은 무엇보다 절실했습니다.”


장애인 가족의 어려움은 경제적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아이를 전담하여 돌보는 보호자의 건강 또한 위태롭다. 어머니는 온종일 유나를 안아 일으키고 음식을 먹이며 곁을 지킨다. 반복되는 고된 동작에 어머니의 허리와 관절은 이미 재활이 필요한 상태가 되었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으로 오늘도 아픈 몸을 이끌고 유나를 품에 안는다.


희귀질환은 명확한 치료법이 없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치료비의 무게는 더해만 간다. 외벌이인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터로 향하고, 어머니는 홀로 유나를 데리고 치료실로 향하는 고단한 일상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



기부가 피워낸 소중한 내일

얼마 전, 한국장애인재단을 통해 유나의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가 따스한 사랑을 보내주었다.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유나의 모습을 본 기부자들은 따뜻한 응원으로 유나의 곁을 지켰다. 그 소중한 마음 덕분에 유나는 중단 없이 치료를 지속하며 기적 같은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유나는 스스로 앉아 있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앉아서 물건을 옮기거나 지지물을 붙잡고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누워서 배밀이만 하던 아이가 이제는 네 발로 조금씩 기어 다닌다. 공을 잡고 던지는 소근육 동작까지 가능해진 것은 유나의 끈기 있는 노력과 기부자들의 사랑이 더해져 만든 변화이다.


“많은 분의 후원 덕분에 유나가 안정적으로 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고 경과도 차츰 좋아졌습니다. 한 분 한 분 만나 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유나가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기적과도 같은 성장

요즘 유나는 또래들과 함께하는 ‘그룹 놀이 치료’ 시간에 푹 빠져 있다. ‘친구’라는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던 이전과 달리, 이제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즐거움을 알아가며 사회성을 길러간다. 비록 정확한 단어는 아니지만 소리로 풍부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치료사의 지시를 이해하고 행동에 옮긴다.


“유치원에 다니고 그룹 치료를 받으면서 다른 아이들의 행동을 모방하며 성장하는 것 같아요. 수용 언어도 전보다 많이 늘었고, 대근육 발달 덕분에 이제는 앉아서 두 손을 쓰기 시작했어요.”


이전에는 배밀이만 가능했으나 이제는 네 발 기기를 시작한 유나를 보며 아버지는 대견함을 느낀다. 다만 유나가 가진 질환은 근육 조절이 어려워 자주 넘어지기에 늘 주의가 필요하다. 아버지는 유나를 위해 집 바닥 전체에 쿠션을 설치했다. 유나와 똑같은 자세로 수없이 넘어져 보며 쿠션의 안전성을 확인한 아버지는, 유나가 다치지 않고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오늘도 정성을 다한다.



희귀질환을 가진 아이의 부모라는 이름의 무게

환자가 많은 질환이라면 관련 연구와 치료제 개발도 활발하겠지만, 희귀질환은 말 그대로 너무나 희귀하기에 정보를 찾기도, 치료법을 구하기도 어렵다. 병명을 알아도 고칠 방법이 없는 막막한 현실 속에서 유나 부모님이 기댈 곳은 오직 인터넷뿐이었다.



“정보가 너무 없으니 어떻게든 비슷한 병을 가진 가족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인터넷을 헤매다 어떤 어머니가 올린 글을 발견했고, 그 글에 댓글을 달며 연락이 닿았죠.그렇게 알음알음 모인 사람들이 지금의 ‘에피소딕 아탁지아’ 커뮤니티가 되었다.


비록 같은 병명이어도 증상은 저마다 달랐다. 하지만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걱정을 함께할 공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가족들에겐 큰 위안이 되었다. 똑같은 마음으로 인터넷 세상을 헤매고 있을 부모의 심정을 알기에, 낯 모를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자 가끔은 유나의 부모님도 댓글을 단다. 아이가 자주 넘어져서 걱정이라는 학부모의 글에 댓글을 달아 유전자 검사를 받아보기를 권한 것이다.


이처럼 희귀질환 가족들은 서로를 걱정하고 돕는 특별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유나에게 몸 떨림을 완화해주는 약을 복용하게 할지 고민할 때도 이 공간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유나의 병에는 명확한 치료제가 없어서 다른 질환의 약 중 증상을 완화해주는 것을 사용하기도 해요. 몸의 흔들림을 낮춰주는 약이 있다고 해서 처방을 고민했는데, 커뮤니티의 다른 부모님들이 부작용으로 인지 기능이 저하된 사례를 공유해주셨어요. 덕분에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약 사용을 보류할 수 있었지요. 이렇게 서로 고민을 나누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소중한 공간이에요”



유나 가족의 행복을 위한 시간

유나 가족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시간은 자기 전 30분이다. 온종일 치료를 위해 바삐 움직였던 유나에게도 이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그 시간만큼은 무엇의 방해도 없이 오직 세 식구가 온전히 함께한다.


“저녁을 먹고 함께 책을 읽은 뒤, 누워서 서로 이야기를 나눠요.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묻기도 하고, 유나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마음껏 표현하죠. 유나가 많은 단어를 말할 수는 없어도, 그 시간에 가장 환하게 웃으며 좋아해요.”


오늘 치료 시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엇이 재미있었는지 나누는 대화 속에서 유나는 세상을 배운다. 비록 소리로 의사를 표현하는 정도이지만, 유나가 정확하게 발음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엄마”와 “아빠”이다. 그만큼 유나에게 부모님은 세상의 전부이자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다.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유나에게 늘 말해줘요. 매일 이어지는 치료가 힘들 텐데도 늘 즐겁게 견뎌주는 유나가 아빠로서 참 고맙지요. 앞으로도 엄마랑 아빠랑 옆에서 도와줄 거라고, 사랑한다고 유나에게 얘기하고 싶어요.”


아버지는 유나가 가진 질환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현재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지만, 이 분야의 연구가 이어져 언젠가는 치료의 길이 열리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랐다.


“유나 말고도 희귀질환을 가진 아이들이 정말 많아요. 하지만 포기할 수 없습니다. 유나가 치료받으며 남기는 기록들이 비슷한 병을 가진 다른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언젠가는 반드시 치료 방법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희귀질환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마라톤과 같다. 일상적인 동작 하나를 익히는 데도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길고 긴 여정 중에 누군가의 따뜻한 응원이 울려 퍼진다면, 유나 가족은 다시 힘을 내어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기부는 유나 가족에게 심어준 희망의 씨앗이다. 유나가 씩씩하게 자라나 아름다운 빛깔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따뜻한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유나가 가진 희귀질환(에피소딕 아타지아 2형)과 관련된 정보를 갖고 계시거나, 비슷한 질환을 경험하신 보호자, 또는 관련 분야를 연구 중인 전문가 및 의료진께서는 한국장애인재단(02-6399-6237)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취재 : 이경은, 남궁소담

영상, 사진 : 김종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