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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괜찮은 영화관’, 모두에게 선물 같은 하루가 되다🎁

2026.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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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괜찮은 영화관’, 모두에게 선물 같은 하루가 되다🎁

발달장애 아동과 봉사자들이 함께한 영화관 나들이🎬



(디마이너스원) 김장한 공동대표, 주다율 짝꿍



4월의 맑은 날, 서울 왕십리의 한 영화관은 손을 잡고 상영관으로 향하는 발달장애 아이들과 봉사자들로 북적였다. 이날은 상영관 하나를 통째로 빌려 애니메이션 <고트 더 레전드>를 관람하는 특별한 날이었다. 작은 염소 ‘윌’이 거대한 동물들이 지배하는 농구 리그에 합류하여 편견을 깨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처럼, 현장에 모인 이들 역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화를 관람하며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서로에게 짝꿍이 되어 주다

“그대로 괜찮은 영화관”은 2년 전 진행된 “그대로 괜찮은 가을 소풍”의 연장선에서 기획된 프로젝트다. 당시 발달장애 아동과 봉사자가 짝꿍이 되어 놀이공원에서 하루를 보냈듯 이날은 영화 관람을 통해 또 다른 추억을 쌓는 자리였다. 참가자 중에는 “그대로 괜찮은 소풍” 당시 받은 단체 티셔츠를 입고 온 아이도 있었다. 그날의 행복했던 기억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소중히 남아 있는 듯 보였다.


한국장애인재단과 캠페인 크리에이터 디마이너스원이 함께한 이번 행사는 영화 관람이 쉽지 않았던 발달장애 아동들에게 ‘특별한 처음’을 선물하고자 마련되었다.



서로의 모습을 그려주는 짝꿍들



(김동길 공동대표, 디마이너스원)

“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의 블로그 글에서 영감을 받아 이번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사실 영화관은 조명도 어둡고 소리도 크게 나오잖아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무서울 수 있죠. 이런 환경을 경험할 기회 없이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은 영화관 방문이 더 힘들어진다는 내용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영화관이라는 낯선 공간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글귀가 마음 깊이 와닿아 아이들과 꼭 함께 영화를 보고 싶었습니다.”


개나리처럼 노란 옷을 입은 발달장애 아동 20명과 싱그러운 나무처럼 초록색 옷을 입은 자원봉사자 20명은 영화 관람에 앞서 파티룸에 모여 인사를 나눴다. 이들은 일대일로 매칭되어 ‘짝꿍’을 이루었고, 아이스 브레이킹 활동으로 서로의 얼굴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이 첫 만남인 팀도 있었지만, 2년 전 놀이공원에서 이미 인연을 맺었던 짝꿍도 있었다.



(디마이너스원) 이지수 매니저, 김현서 짝꿍



(이지수 매니저, 디마이너스원)

“2년 전 놀이공원에서 함께했던 현서와 다시 짝꿍이 되었어요. 현서가 그때를 기억하는지 계속 ‘롯데월드’를 이야기하더라고요. 특히 오늘은 제 이름을 외워 또박또박 불러주었는데, 그 순간 정말 행복했습니다.”


짝꿍들은 종이 위에 알록달록한 사인펜으로 서로의 얼굴을 그려 나갔다. 하트 무늬로 예쁘게 꾸미는 아이, 짝꿍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하는 아이, 이름을 큼지막하게 적는 아이 등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모습에서 설렘이 전해졌다.


사회자가 “서로의 얼굴을 잘 그린 팀에게 초콜릿을 선물하겠다”고 말하자, 짝꿍들은 꼭 맞잡은 손을 높이 들며 자신의 그림을 봐 달라고 외쳤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마음이 통하는 사이가 된 듯 보였다. 상품으로 받은 초콜릿을 나누어 먹으며 이들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다.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을 갖는 짝꿍들



친밀감을 높인 레크레이션 시간

오늘의 나들이를 앞두고 많은 아이들이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아이도 밝은 표정으로 짝꿍을 바라보며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부모님과 떨어져 낯선 이와 함께하는 활동이 처음인 아이도 있었지만, 짝꿍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금세 편안함을 되찾았다.


(이소현 담당자, 성동종합사회복지관 방과후교실)

“행사 이틀 전부터 아이들에게 주말에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영화 보러 간다’고 답하며 무척 행복해하더라고요. 기대에 부푼 아이들의 모습에 저 역시 설레는 마음이 컸습니다.”


(정성운 담당자, 송파인성장애인복지관)

“오늘 현장에 와서 보니 아이들이 진짜로 봉사자 선생님들을 믿고 의지하는 것이 느껴졌어요. 또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게 표정에 묻어납니다.”


본격적인 레크레이션이 시작되자 테이블별로 팀이 꾸려졌다. ‘두뇌 게임’, ‘텔레파시 게임’, ‘줌인·줌아웃 게임’ 등 흥미진진한 순서가 이어졌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던 아이들이 어느덧 자리에서 일어나 “저요! 저요!”를 외치며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함께 춤을 추는 짝꿍들



마지막 순서인 ‘풍선 게임’에서는 열기가 뜨거웠다. 풍선을 옆 사람에게 넘기다 사회자의 신호에 맞춰 멈춘 사람이 춤을 추는 방식이었지만, 어느새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춤을 추며 하나가 되었다. 오늘만큼은 모든 아이들이 주인공이었다.


(김동길 공동대표, 디마이너스원)

“제 짝꿍인 6살 유현이는 말로 의사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 시간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함께 시간을 보내며 우리만의 소통 방식도 생긴 것 같아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유현이가 화장실에 가고 싶은지, 잠시 쉬고 싶은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라고요.”



조명은 더 밝게, 소리는 더 작게

레크레이션을 마친 뒤, 파티룸에서 500미터가량 떨어진 영화관으로 이동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짝꿍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길이었다. 좋아하는 음식부터 요즘 날씨, 오늘 볼 영화 이야기까지 소소한 대화가 오갔다. 주말의 풍경 속에 발달장애 아동들과 봉사자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그대로 괜찮은 영화관 참여자들



상영관은 ‘거실에서 불을 켜고 영화를 보는 컨셉’으로, 모든 좌석이 리클라이너로 이루어져 아이들은 저마다 편안한 자세로 관람할 수 있었다. 특히 감각 자극에 민감한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영화관 음향은 평소보다 작게 조율했다. 어둠을 무서워할 아이들을 위해 전체 조명은 더 밝게 유지하고, 좌석마다 설치된 간접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영화관이라는 낯선 공간을 아늑하게 느낄 수 있도록 세심히 배려했다.


(협력기관) 이소현 담당자, 정성운 담당자


(정성운 담당자, 송파인성장애인복지관)

“아이들과 영화관에 간다고 했을 때 걱정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았어요. 어두운 공간과 큰 소리에 자극받아 겁을 먹거나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소리와 빛을 조절할 예정이라는 설명을 들으시고는 부모님들도 안심하셨어요.”


(이소현 담당자, 성동종합사회복지관 방과후교실)

“처음 안내문을 올렸을 때는 예상보다 모집이 더뎠어요. 이유를 여쭤보니 ‘과연 우리 아이가 영화관에 갈 수 있을까’ 하는 망설임 때문이었죠. 하지만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도 괜찮은 영화관’이라고 말씀드리자 그제야 흔쾌히 신청해 주셨답니다.”


준비를 마친 아이들과 봉사자들이 자리에 앉자 영화 <고트 더 레전드>가 시작되었다. 더빙판으로 상영하여 아이들이 자막을 보지 않아도 내용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다. 특히 하루 전에 개봉한 작품을 바로 다음 날에 관람한다는 점에서, 개봉작을 보는 의미도 있었다. 자리마다 제공된 팝콘과 음료는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그대로 괜찮은 영화관

발달장애 아이들과 봉사자들은 자유롭게 영화를 관람했다. 낯선 환경에서 긴장을 낮추려 같은 소리를 반복하는 아이, 자리에서 일어나 영화관을 돌아다니는 아이도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그 어떤 방식으로 영화를 즐겨도 괜찮았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상영관은 차츰 고요해졌고, 아이들은 화면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영화 관람 참가 아동 부모님



(김명동, 김현서 보호자)

“4년 전 영화를 보러갔을 때는 도중에 나와야 했어요. 그런데 오늘은 의외로 편안하게 잘 앉아 있더라고요. 현서가 영화를 즐겁게 보고 나온 것 같아 기쁩니다.”


(이지수 매니저, 디마이너스원)

“짝꿍인 현서와 2년 전에 롯데월드에 갔을 때, 영상이 상영되는 놀이기구를 탔었어요. 그때 소리도 크고 화면이 현란하니까 현서가 많이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어서 오늘 조금 걱정했거든요. 만약 현서가 무서워하면 바로 영화관 밖으로 나가서 놀아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오늘은 정말 편안해 보였어요. 소리를 조금 줄이고 조명을 조금 밝히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편안해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김동길 공동대표, 디마이너스원)

“유현이가 예전에는 영화관을 너무 무서워하고 울음을 터뜨려 관람을 못했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오늘은 유현이가 끝까지 관람한 최초의 영화가 되었다며 기뻐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보람이 컸습니다.”



(디마이너스원) 김동길 공동대표, 이지수 매니저



보호자들이 발달장애 자녀와 영화관에 갈 때 겪는 불안은 대개 강한 자극에 대한 스트레스, 그리고 그로 인한 돌발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를 줄지 모른다는 걱정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환경을 조금만 조율하고 관용의 시선으로 바라보자 아이들의 모든 행동은 ‘그대로 괜찮은’ 모습이 되었다. 우리 사회에 이런 배려가 더욱 널리 퍼진다면, 발달장애 아동들도 더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보호자들에게 주어진 모처럼의 휴식 시간

아이들이 영화를 관람하는 사이, 보호자들 또한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보호자들에게 카페 이용권을 제공해 돌봄 부담을 잠시나마 덜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레크레이션부터 영화 관람까지 이어지는 약 5시간 동안 보호자들은 자녀와 잠시 떨어져 온전한 휴식을 즐겼다.


(이소현 담당자, 성동종합사회복지관 방과후교실)

“참가한 아이들 중에는 다자녀 가정인 경우도 많아요. 부모님들이 비장애 자녀와 오붓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정말 의미가 깊어요. 장애 아동은 물론 보호자와 비장애 형제자매 모두에게 선물 같은 하루였을 겁니다.”


보호자들은 영화관 인근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여유를 만끽했다. 이는 평소 장애 자녀를 돌보느라 소홀해질 수 있었던 비장애 형제자매의 돌봄 공백을 채우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김효정 봉사자, 임하윤 짝꿍



더욱 다양한 문화 활동 만들어지길

장애 유형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특히 발달장애인은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 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영화관, 공연장, 도서관처럼 ‘조용하고 엄숙한’ 태도가 요구되는 장소는 방문하기가 더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에게 문화생활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임국자, 강민석 보호자)

“혼자 아이를 데리고 문화생활을 하러 가면 언제나 한계에 부딪히더라고요. 일단 교통편부터 마련해야 하고요. 하지만 아이가 잘하든 못하든 ‘해보는 경험’ 그 자체가 너무나 필요합니다. 그런 기회가 아이를 성장시키니까요.”


누구나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정을 겪어내는 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발달장애 아동들은 과정을 경험할 기회조차 막막할 때가 많다. 즐겁고 재미있는 다양한 문화 활동들이 많지만, 발달장애 아이들에게는 열리지 않는 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충분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이들 또한 새로이 경험하고 적응하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으니까

영화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제 하루를 함께 보낸 짝꿍과 헤어질 시간, 아이들은 영화관 앞에서 기다리던 보호자들을 만나 집으로 귀가했다. 발달장애 아동들에게도 보호자에게도 봉사자들에게도 특별했을 오늘 하루가 저물어갔다.


(정성운 담당자, 송파인성장애인복지관)

“대부분 봉사 활동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디마이너스원 구성원 분들께서 지난 활동에서 만났던 친구들을 다시 보고 싶어 하시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오늘 온 아이들 중 7명은 지난 소풍에 이어 영화관까지 경험하게 되었으니,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예요.”



함께 팀이 되어 게임에 참여하는 참가자들



오늘 행사에는 디마이너스원의 팀원들뿐 아니라 그들의 지인들도 함께했다. 더 많은 사람이 장애 아동들과 직접 만나는 경험을 통해, 마음이 채워지는 행복을 공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김동길 공동대표, 디마이너스원)

“저는 가족을 초청해서 참여하도록 했는데요. 이렇게 지인들을 초대하는 이유는 직접 아이들을 만나면 오히려 제 마음이 채워지기 때문이에요. 경험해 보지 않으면 그저 ‘나랑은 먼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장애 아이들을 직접 만나고 사랑을 느끼고, 그렇게 서로가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된다면 어떨까요? 관용과 배려도 그 속에서 피어날 것이라고 믿어요.”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모든 처음이 그렇듯 익숙하지 않아 실수하거나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 경험을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설고 어색한 수많은 처음을 접하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지고, 경험이 쌓이면서 좋아하는 일들도 조금씩 늘어날 것이다.


발달장애 아동과 봉사자들이 함께한 “그대로 괜찮은 영화관”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더 많은 장애 아이들이 영화관에서 극장에서 도서관에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무수한 ‘처음’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장민주 짝꿍과 박지나 봉사자



기획 : 이경은, 남궁소담

사진 : 홍경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