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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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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던진 공, 함께 배운 마음🏐🦽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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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던진 공, 함께 배운 마음🏐🦽

보치아로 배우는 장애 공감🏫






교실 바닥에 흰 공 하나가 놓인다. 빨간 공과 파란 공을 손에 든 학생들은 차례를 기다리며 설레는 표정을 짓는다. "생각보다 어렵다!", "이번에는 제가 해볼게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교실을 가득 채운다. 얼핏 보면 평범한 체육 수업처럼 보이지만, 이 수업에는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 학생들 앞에서 보치아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바로 중증장애인 강사라는 것이다.


한국장애인재단이 지원한 '중증장애인 스포츠 전문가와 함께하는 찾아가는 장애인식 체험 교육'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했다. 장애인이 직접 학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보치아를 가르치며 소통하는 새로운 형태의 장애인식개선 교육이다. 학생들은 장애인을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닌 전문 강사로 만나고, 강사들은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 간다.


※ 보치아 : 뇌성마비 및 중증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패럴림픽 정식 종목. 가죽 공을 굴리거나 던져 표적구에 가장 가까이 붙인 팀이 점수를 얻는 스포츠.



'도움을 받는 사람'에서 '주는 사람'으로

장애인식개선 교육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강의를 듣거나 영상을 시청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린다. 장애에 대한 정보를 배우고 배려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교육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인식은 설명만으로 바뀌기 어렵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활동하는 경험이 쌓일 때 비로소 편견은 자연스럽게 허물어진다.



보치아 수업을 진행하는 최흥종 강사


교육을 담당하는 장애인 스포츠팀 '노원 프리닉스'는 보치아 선수와 심판을 양성해왔다. 노원중증장애인독립생활센터 손경태 담당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선수와 심판들에게 교육 현장의 강사라는 새로운 역할을 제안했다.


(손경태 담당자)

"대부분 장애인식개선 교육은 강의나 영상 시청처럼 일방향적 정보 전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번 사업에서는 중증장애인이 직접 강사가 되어 학생들과 함께 소통하는 체험형 교육을 진행합니다.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장애인을 만나고 함께 활동하면서 실질적인 태도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중증장애인을 선생님으로 만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경험을 쌓는다. 중증장애인의 자립과 장애인식개선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실현하는 교육인 셈이다.



좋은 강사가 되기 위한 과정

강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짧지 않았다. 처음으로 학교 수업을 맡는 강사들이었기에 준비는 더욱 꼼꼼했다. 강사들은 매달 모여 수업을 시연하고 서로의 강의를 지켜보며 피드백을 나눴다.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없는지, 설명은 너무 어렵지 않은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했다.



김소연 강사



(김소연 강사)

"사실 제안을 받고 많이 고민했어요. 그동안은 장애인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위주로 활동했는데, 비장애 학생들을 만나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그래도 아이들에게 장애인은 특별하거나 어려운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강사들은 보치아를 설명하는 방법만큼이나 자신을 소개하는 일도 신중하게 준비했다. 학생들이 처음 만나는 장애인 강사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떤 말로 첫인사를 건네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사전회의와 시연을 거듭하면서 강사들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닫게 됐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최흥종 강사



(최흥종 강사)

"강사로서 더 좋은 이야기를 하고, 완벽한 설명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어요. 사전회의와 수업 시연을 거듭하면서, '아이들에게 완벽하게 설명하려고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조언을 받았는데, 그 말이 큰 힘이 됐습니다. 그래서 부담을 조금 내려놓고 제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려고 노력했죠."



보치아가 만든 특별한 교실

첫 수업, 김소연 강사는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 수업을 잘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수업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학생들은 장애를 먼저 보지 않았다. 보치아 공을 함께 던지고, 심판 역할을 맡아 경기를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강사와 어울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질문을 건네고, 함께 웃으며 수업에 몰입했다.



보치아 수업을 진행하는 김소연 강사

(김소연 강사)

"돌이켜 보면 아이들이 저를 다르게 본 것이 아니라, 제가 아이들을 너무 어렵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수업이 끝난 뒤에는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선생님, 다음 수업은 언제예요?'라고 물어봐 주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김소연 강사는 학생들의 마음속에 있던 벽보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던 벽이 더 높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업을 함께하는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은 강사들에게 무엇보다 큰 응원이 되었고,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단순한 체험 수업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소중한 만남이 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공 하나로 시작된 변화

보치아 수업은 단순한 스포츠 활동으로 끝나지 않았다. 공을 주고받고 함께 경기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강사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배워갔다. 김소연 강사는 아이들에게 보치아를 가르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체험의 힘'이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학생들에게 낯선 보치아의 규칙을 이해시키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공을 던지고 심판 역할을 맡아보는 활동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금세 달라졌다. 학생들은 설명을 듣는 것보다 몸으로 경험하며 훨씬 빠르게 경기를 이해했고,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보치아 수업 모습



(참여 학생)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어요. 여러 가지 스포츠 종목 중에서,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스포츠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치아를 체험하는 동안 학생들의 시선도 조금씩 달라졌다. 장애를 설명으로 배우기보다 강사와 함께 활동하고 대화하는 과정 속에서 서로를 자연스럽게 이해해 나갔다. 학생들의 진지한 참여는 강사들에게도 더 좋은 수업을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을 안겨주었다.


(최흥종 강사)

"아이들이 수업 내용을 굉장히 진지하게 들어주더라고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집중해서 귀 기울여 주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고, 그만큼 보람과 책임감도 커졌습니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더 좋은 수업을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되었어요."



최흥종 강사


보치아를 배우는 시간은 어느새 장애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학생들은 장애를 특별한 것으로 바라보기보다 함께 활동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편지 한 장에 담긴 변화

수업을 마친 뒤, 한 학생이 조심스레 편지 한 장을 건넸다. 편지에는 수업이 즐거웠다는 소감과 함께, 장애인식개선 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잊지 않고 실천하겠다는 약속이 적혀 있었다.


(김소연 강사)

"저희가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하면서 친구들에게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과 함께 지켜야 할 약속들을 이야기했는데, 그 학생이 편지에 ‘그 내용을 꼭 기억하겠다’며 감사하다는 마음을 적어주었어요. 그 편지를 읽으면서 이번 수업이 단순히 한 번의 체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생각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보치아 수업을 진행하는 김소연 강사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시선도 조금씩 달라졌다. 한 학생은 장애인을 무조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이번 교육이 만들어 낸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장애인을 막연히 '배려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시선이, 함께 배우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교실

교실에서 변화한 것은 학생들만이 아니었다. 최흥종 강사는 수업을 준비할 때마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표현과 강의 방식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한다.


(최흥종 강사)

"수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하게 된 고민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할 수 있을까'에요. 수업이 끝나면 항상 담당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부분이 좋았고, 무엇을 보완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해요.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은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설명해야 더 잘 전달될지를 계속 생각하게 됐습니다. 강사 활동을 하면서 저 역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최흥종, 김소연 강사



(김소연 강사)

”저는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보치아 수업과 장애인식개선 교육이 아이들의 생각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저 역시 강사로서 자신감을 얻게 되었어요. 이번 수업이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저 자신에게도 성장의 기회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에 들어가는 것조차 긴장됐던 처음과 달리, 이제 강사들은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웃으며 수업을 진행한다. 장애인식개선 교육은 학생들의 인식을 바꾸는 교육인 동시에, 강사들에게도 사회와 더 넓게 연결되는 가능성의 시간이 되고 있었다.



함께 굴린 공, 함께 그리는 세상

이번 사업이 가진 가장 큰 의미는 중증장애인의 역할을 새롭게 바라보게 했다는 점이다. 강사들은 더 이상 복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참여자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가 되었다. 더 나아가 교육자의 시선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기보다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리는 사회를 아이들이 당연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김소연, 최흥종 강사



(김소연 강사)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서로를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막연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구나'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최흥종 강사)

“무엇보다 장애인이 사회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직접 만나고 함께 활동하다 보면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일하고, 웃고, 좋아하는 것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그런 경험이 많아질수록 장애에 대한 인식도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보치아 수업과 비슷한 다른 프로그램도 앞으로 더 많이 확대됐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나는 일이다. 함께 공을 던지고 이야기를 나누며 같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학생들은 장애를 일상의 한 모습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소통하는 경험은 서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교육이자,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 된다.


교실에서 함께 굴린 작은 공은 학생들의 생각을 바꾸고, 강사들의 자존감을 키우며, 장애와 비장애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사회를 향한 첫걸음이 되었다. 공 하나가 그린 작은 궤적은 학생과 강사 모두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기획 : 박로사

사진 : 홍경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