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사회
기적보다 소중한 오늘이라는 선물🎁
희귀질환을 가진 시우 이야기🏊♀️

누군가는 치료를 받으며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에게 재활치료는 기적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오늘을 지켜내는 일이다. 치료를 멈추는 순간, 걷던 아이가 휠체어를 타게 될 수도 있고 어렵게 유지해온 몸의 기능이 조금씩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우(가명, 만 7세)도 그렇다. 희귀질환인 뒤센 근이영양증*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진단받았다. 어머니는 시우의 치료를 뒷받침하기 위해 아이가 잠든 밤이면 물류센터로 향한다. ‘좋아지기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지금처럼만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 하나가 오늘도 가족을 움직이게 한다.
* 뒤센 근이영양증 : 근육을 보호하는 단백질이 없어 움직일수록 근육이 세포 단위로 파괴되고 점차 힘을 잃어가는 진행성 희귀질환
웃음이 많은 아이
시우는 밝고 긍정적인 아이다. 애교도 많아서 다가와 껴안는 등의 살가운 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그래서 집에서는 ‘귀요미’라는 애칭으로 불리곤 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사용 언어가 많지 않아 ‘먹어’, ‘가’와 같은 짧은 단어로 소통을 하지만, 시우는 예쁜 미소로 사랑을 표현한다. 그래서 주변에서 예쁨을 듬뿍 받는다.
시우의 일주일은 바쁘게 움직인다. 오전에는 학교 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치료센터로 향한다. 보통 학교 수업이 끝나면 수중재활치료, 물리치료, 언어치료 등의 일정을 날마다 하나씩 소화한다. 다행히 시우가 차에 타는 것을 좋아하기에 치료센터로 이동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아동 보호자)
“시우가 물놀이를 좋아해서, 수중재활치료를 거부하지 않고 잘 받아들여요. 재활치료이기 때문에 하기 어려운 동작들을 반복하니까 힘든 점이 있을 텐데도, 잘 따라와 주는 것이 마냥 예쁘죠.”
수중재활치료는 물의 부력을 이용해 관절과 근육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면서 여러 운동을 진행하는 치료 방법이다. 발목의 가동성을 유지하고, 보행에 필요한 기능을 활성화하며, 둔근을 강화한다. 단순히 운동 기능만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움직임을 즐기고 스스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끈다.
치료의 가장 큰 목표는 시우가 가능한 한 오랫동안 자신의 몸을 스스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근이영양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능 저하가 진행될 수 있어, 단기간의 운동 능력 향상보다 현재의 기능을 유지하고 움직임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머니는 다른 치료는 몰라도 수중 재활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현재의 기능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이기 때문이다. 발목의 사용 각도가 줄어들면 다리를 쓰기가 더 어려워진다. 지금은 걷기가 가능하지만 재활치료를 꾸준히 하지 않으면 휠체어를 타는 시간이 더 늘어날 것이다.
(아동 보호자)
“수중재활치료를 주 1회 하다가, 2회를 하니까 확실히 시우가 다리를 쓰는 게 더 편해지더라구요. 경사판에서 버티는 힘이 좋아진 것이 느껴져요. 치료를 쉬면 그 기능마저 잃을 수 있기에 중단할 수 없어요.”
멈출 수 없는 재활치료
시우가 가진 뒤센 근이영양증은 근육의 퇴화와 결함이 특징인 희귀질환이다. 근력이 감소하는 한편, 종아리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다. 그래서 뒤센 근이영양증을 가진 아이들은 걸음이 서툴고 자주 넘어진다. 또한 계단을 오르거나 달리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운동 능력을 상실하고, 심장 및 호흡 기능 저하가 일어날 수 있다. 진행성 질환의 특성상 재활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시우는 걸을 수 있지만, 20~30분 이상 걸으면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래서 학교 내에서 이동할 때는 스스로 걷지만, 외부 활동을 할 때는 반드시 휠체어를 이용한다. 운동이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활동은 몸에 부담이 된다. 그래서 언제나 적절한 운동과 치료가 요구된다.
일상생활에서도 많은 부분 도움이 필요하다. 계단을 스스로 오르내리면 위험하기 때문에 반드시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급할 때는 어머니가 등에 업고 이동하기도 한다. 어머니는 시우를 위해서 때에 따라서 필요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어떨 때는 식사를 챙겨주는 주부가 되었다가, 근육 운동을 돕는 물리치료사의 역할도 하고, 언어 표현을 도와주는 선생님이 되기도 한다. 시우를 위해서라면 어머니는 그 무엇도 될 수 있다.
(아동 보호자)
“집에서도 물리치료를 열심히 해주거든요. 치료센터에서 사용하는 운동 기구와 비슷한 것들을 구해서, 최대한 다리 각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아킬레스건이나 발목 각도 유지를 위해서 집에서 경사판 운동, 스트레칭, 밸런스 및 코어 근육 운동 등 물리치료에 준하는 자가 운동을 지속적으로 돕고 있어요. 그리고 국어나 수학을 가르쳐 주기도 해요. 언어 표현은 부족하지만 제가 말하는 건 다 인지를 하거든요. 또 덧셈 뺄셈은 열심히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해내고요. 그렇게 시우랑 같이 하나씩 해나가고 있어요.”
뒤센 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질환
어머니는 시우가 뒤센 근이영양증을 진단받던 그때를 떠올리면 여전히 눈물부터 나온다. 시우가 만 3세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아동 보호자)
“발달이 느리다고는 생각했지만, 특별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두 돌쯤 되었는데도 집에 있는 계단을 오르는 게 안 되는 거예요. 아무리 가르쳐줘도 어려워하길래 좀 의아했죠. 임상병리사인 이웃이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를 한 번 받아보기를 권하더라고요. 대학병원 검사를 신청했고 만 3세 때 진단을 받았습니다. 시우에게 자폐 성향도 보였는지 입원해서 아이를 어떻게 훈육하고 치료해야 하는지 제대로 배워보면 어떻겠냐고 하더군요.”

그렇게 아이와 함께 입원하여 보름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어머니는 시우의 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인대가 조금 짧다거나 발달이 조금 늦은 아이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자라니 조금 빠르거나 늦을 수도 있다고 믿었다. 그렇게 피검사의 결과가 나왔을 때, 의료진으로부터 뒤센 근이영양증이라는 낯선 이름의 희귀병을 진단받았다. 현실로 와닿지 않을 만큼 충격적인 진단명이었다.
(아동 보호자)
“정말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퇴원하겠다고까지 얘기했는데 다행히 병원에서 설득해 주셨죠. 병에 대해 뭐라고 설명을 해주는데 너무 놀라고 긴장하니까 귀에 들리지도 않았어요. 영유아 검진 때도 특별히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희귀질환일 거라고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으니까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언어 표현이 좋았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발달이 퇴행하는 것이 느껴졌다. 언어 표현 발달이 지연되어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이 생겼다. 그렇게 시우는 뒤센 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질환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두 가지 진단명을 가진 아이가 되었다.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은 순간
퇴원 후 어머니는 인터넷 카페를 찾아 들어가 뒤센 근이영양증 환우들의 이야기를 읽고, 앞으로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를 알아보았다. 시우만큼이나 성격이 밝은 어머니는 잠깐 울지언정 다시 힘을 내어 일어났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발품을 팔아서 같은 질환이 있는 아이를 둔 선배 엄마들도 만나보았다. 슬픔에 젖어있지 않고 방법을 찾아 나섰다. 이후 병원 치료와 재활치료를 병행하면서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번씩 마음이 무너질 때가 있었다.

(아동 보호자)
“동네에 시우보다 3살 어린 아이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아이가 훨씬 잘 걷고 말도 잘하더라고요. 시우만 볼 때는 ‘발달이 조금 느릴 수 있지’ 싶다가도 그렇게 주변의 아이들과 비교하게 되면 너무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이 느껴지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우울증 약을 복용하게 되었어요. 1년 동안은 지옥 속에 살았다고 할 정도였죠.”
시우가 다닐 수 있는 교육 기관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두 가지 진단명을 가진 시우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마치 섬에 고립된 채로 아이를 키우는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고 문을 두드렸다. 수소문 끝에 학교 병설 유치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한 선생님과 인연이 되었다.
(아동 보호자)
“선생님이 규칙을 엄격하게 잡아주시고, 집에서 어떻게 훈육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셨어요. 제 소원이 시우랑 같이 동네 한 바퀴 도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딱 한 달 만에 소원이 이루어진 거예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감각 조절이 어렵다 보니, 안 간다고 울고불고 하거나 갑자기 이리저리 뛰어가던 아이였거든요. 그런데 시우가 같이 웃으면서 산책을 할 수 있게 된 거예요. 그렇게 조금씩 틀이 잡히고 생활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어요.”
시우의 걸음을 지키기 위해
시우네 집은 한부모 가정으로 어머니 홀로 아이를 돌보고 치료를 뒷받침하고 있다. 많은 손길이 필요한 장애 자녀를 전담해서 돌보기 때문에 경제 활동을 할 물리적인 시간이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시우의 치료 비용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일터로 향했다.

(아동 보호자)
“낮에는 시우와 시간을 보내야 하니까 밤에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해요. 활동 보조 선생님이 시우를 재워주시면, 저는 그때 나가서 5시간을 일하고 들어오지요.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수중재활 치료비라도 벌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벌써 2년 넘게 하고 있어요. 운동할 시간도 없는데 체력도 키울 겸 돈도 벌자는 생각이에요.”
어머니는 몸이 아플 땐 파스를 바르면 금방 낫는다며 웃으며 얘기하지만, 사실 일이 힘들어 크게 앓았던 적도 있었다. 한밤중에 5시간을 일하고 들어오면 어머니는 간신히 3~4시간 쪽잠을 자고 다시 일과를 시작한다. 시우를 등하교시키고 치료센터로 향한다. 저녁 시간에는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물리치료 동작들을 반복한다. 이 평범한 하루하루를 지탱하기 위해 어머니는 빚을 질 수밖에 없었다.
(아동 보호자)
“빚을 많이 졌어요. 치료센터 비용이 꽤 많이 나가거든요. 그런데 힘들어도 치료는 포기를 못 하겠는 거예요. 이걸 멈추면 시우가 걷지 못하게 되고 근력이 더 약해질 테니까요. 그렇게 대출을 최대한 받아서 치료비를 내다보니 더 이상 빚조차도 낼 수 없는 때가 오더라고요. 지금도 생활비의 50% 정도가 대출의 원금과 이자 비용으로 나가요. 다른 건 몰라도 수중재활치료는 꼭 해야 하는데, 멈추게 될까 봐 걱정이에요.”
오늘을 지켜내는 희망
시우는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를 복용한다. 약의 부작용으로 체중이 늘고 감정 기복이 심하고 얼굴이 커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을 각오하고라도 복용해야만 하는 약이다. 다만 체중이 크게 늘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또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최근에는 치료사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더 엄격하게 식단 관리를 하여 체중을 2kg이나 감량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요즘 시우의 학교를 두고 고민한다. 시우는 학교에서 오래 앉아 있는 것을 어려워하고, 친구들과도 충분히 교류하지 못한다. 또래 아이들은 마치 시우를 동생처럼 귀여워해 주기는 하지만,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보니 더 깊은 교우 관계를 쌓지 못한다. 현재는 일반 학교의 통합반에 다니는데, 특수학교로의 전학을 계획 중이다.
(아동 보호자)
“오전에는 특수반에서 장애가 있는 친구들과 함께 지내고, 이후에는 통합반에서 비장애 친구들과 같이 수업을 들어요. 시우가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참관을 가서 보니, 아무래도 통합 교실에서는 굉장히 힘들어하더라고요. 수업 참여도 안 되고 그 안에서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마침 특수학교에 자리가 하나 났다고 해서 알아보고 있어요. 장애가 있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저 역시도 시행착오를 해나가며 방법을 찾아나가고 있어요.”
요즘 어머니가 기대하는 것은 근이영양증 치료 약의 국내 도입이다. 미국에서 뒤센 근이영양증 신약이 허가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이 약이 국내에 들어와 시우도 혜택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행운이 찾아오기를 소망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 시우와 어머니는 그날이 올 때까지 재활치료를 꾸준히 하면서 기다릴 것이다.
평범한 하루라는 가장 큰 선물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멈추는 아이들을 보면, 어머니는 덜컥 두려움을 느낀다. 같은 치료센터를 다니다가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시우가 가진 뒤센 근이영양증은 재활치료를 꾸준히 하지 않으면 빠른 속도로 근력이 저하되고 근육이 위축된다. 이후에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가 바라는 단 하나는 ‘지금처럼만’이다.
(아동 보호자)
“시우가 더 이상 걷지 못하게 될까 봐 겁이 나요. 현재 진행하는 재활치료는 아이의 신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데, 경제적인 이유로 이마저도 중단된다면 상태가 악화될 것이 너무나 명확해서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시우가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저 이대로의 상태를 유지해서 더 오래 같이 살았으면 좋겠거든요.”
시우는 가끔 다리 통증을 호소하곤 한다. 그럴 때면 몸이 나빠진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사실 아이도, 부모도, 세상 그 누구도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시우와 어머니는 큰 욕심을 내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지내기로 했다. 웃을 수 있는 날이 단 하루라도 더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아동 보호자)
“수중재활치료를 주 1회 했었는데, 후원해주신 덕분에 주 2회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부자분들이 저희한테는 희망이에요. 경제적으로 어려워 이제 더 이상 치료를 못 받겠구나 하는 절박한 상황에, 이렇게 도움을 주시니 너무나 감사하지요. 앞으로도 계속 치료를 통해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고 시우랑 같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한테도 기회가 갔으면 좋겠어요. 희귀질환을 가진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 걷고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더욱 길어지기를, 그 시간을 하루라도 더 늘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사람들은 흔히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머니가 바라는 것은 거창한 기적이 아니다. 그저 시우가 오늘처럼 걸을 수 있기를, 오늘처럼 웃을 수 있기를, 오늘처럼 함께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하루의 치료가 소중하고, 한 번의 걸음이 감사하며, 평범한 일상이 무엇보다 귀한 선물이 된다.
누군가의 후원은 그 감사의 하루를 조금 더 오래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그 하루들이 모여 시우의 삶이 되고, 가족의 희망이 된다. 어쩌면 기적은 먼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웃고 걸을 수 있는 평범한 오늘에 있는지도 모른다.
기획 : 박로사, 남궁소담
사진 : 홍경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