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사회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한다는 것✍
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 2차 시범사업 최소영, 윤현주 참여자🌻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어떻게 도전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배움을 얻을 교육기관을 찾기가 힘들다거나 내가 원하는 일을 해나갈 직업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기회가 닿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에 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성장의 마중물이 되어, 바라던 일에 도전할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그림 및 영상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를 위해 디지털 드로잉 강습을 받은 최소영(시각장애) 참여자와, 손뜨개 인형 창작을 위한 강의 수강과 전시회 지원을 받은 윤현주(청각장애) 참여자는 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 2차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오랜 시간 품어왔던 꿈에 날개를 달 수 있었다.
창작은 나의 힘
최소영 참여자와 윤현주 참여자는 오래전부터 ‘그리기’와 ‘만들기’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해왔다. 마음속에서 기쁨이 솟아올라서 자연스레 하게 되는 일, 그것이 바로 창작 활동이었다. 최소영 참여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림을 그렸으며, 특히 직접 캐릭터 디자인 작업을 하며 꿈을 키웠다.
(최소영 참여자)
“가시거리 10센티미터 이내의 잔존 시력을 가지고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200개가 넘는 캐릭터들을 그려왔어요.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만들고 이야기를 창작하는 것은 저의 오랜 취미이자 즐거움입니다. 이번 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 2차 시범사업 참여 신청서를 작성할 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봤어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배우고 싶은데 못 배운 게 뭐가 있을까?’ 저에게는 그것이 바로 디지털 드로잉이었습니다.”
스스로를 ‘창작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할 만큼 최소영 참여자는 그림에 진심이다. 그동안 주로 색연필을 사용해서 캐릭터를 그려왔는데, 이렇게 작업한 그림들이 클리어 파일 4권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다.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활용하여 2025년에는 <장애인 미디어 콘텐츠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윤현주 참여자는 10여 년 전부터 손뜨개 인형 만들기에 푹 빠져 지냈다. 뜨개질을 하는 동안에는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행복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도안을 찾아 독학으로 익혀온 뜨개질을 조금 더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었다. 개인예산제를 만나면서 취미를 확장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윤현주 참여자)
“저는 농인으로서 오랫동안 실과 바늘로 인형을 만들어왔어요. 말 대신 손으로 표현하는 제 삶을 작품에 담고 싶었습니다. 수세미 만드는 것으로 뜨개질을 시작하여, 동물도 표현해 보고 최근에는 사람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머리카락을 표현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데요. 그래도 손에 익으니까 차츰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 2차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강의도 수강하고 전시회도 열었어요. 뜨개질을 하면서 다른 작업자 분들과 교류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나서 무척 즐겁습니다.”
신청서를 채우는 시간
윤현주 참여자는 지인의 추천으로 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 2차 시범사업을 신청했다. 새로운 복지 제도의 등장이 낯설기도 했지만 호기심과 기대감도 컸다.
(윤현주 참여자)
“담당 지원코디네이터 선생님과 연계해서 신청서 작성에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 2차 시범사업을 알게 된 순간부터 손뜨개 인형 만들기를 신청하고 싶었어요. 그만큼 저에게는 간절한 일이었거든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최소영 참여자는 처음에는 부모님의 소개로, 그 다음에는 학교의 수업 시간에 개인예산제를 접했다. 학교 시험 기간과 사업 참여 신청 기간이 겹치면서 마음이 바빴지만, 시간을 쪼개어 신청서의 빈칸을 채워나갔다. 꼭 배우고 싶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최소영 참여자)
“디지털 드로잉을 정말 배우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종이에 그림을 그려왔는데, 디지털 드로잉을 배운다면 작품 제작 시간도 단축할 수 있고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또한 제가 만든 캐릭터들을 디지털화해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구상하는 것들을 실현하려면 디지털 드로잉이 필수였지요.”
하지만 신청서를 작성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빈칸을 채우다가 잠시 막막함을 느끼기도 했다. 일단 초안을 작성하고 담당 지원코디네이터와 소통하며 내용을 보완하자 한결 수월해졌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보다 구체적으로, 단계적으로 계획해 나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최소영 참여자)
“초안을 작성할 때 제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담당 지원코디네이터 선생님이 짚어주셔서 좋았어요. 꼭 필요한 의견을 주셨고 그것을 같이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 2차 시범사업은 ‘정해진 서비스를 이용하세요’가 아닌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얘기해 보세요’이기 때문에, 제가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방향을 스스로 설정해 나가는 과정이었어요.”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료를 얻다
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 2차 시범사업 참여자로 선정된 후, 두 사람은 모두 ‘선생님 찾기’에 나섰다. 윤현주 참여자는 자녀의 도움을 받아 인형작가로 활동하는 강사와 만나게 되었다. 청인 강사와 농인 학생의 수업이었지만 소통에 문제될 것은 없었다.
(윤현주 참여자)
“아들이 블로그에서 정보를 찾아서 손뜨개 도안을 연구하시는 선생님과 만나게 되었어요. 처음 만났을 때는 조금 어색하고 어려웠는데 딸이 같이 동행해서 수어 통역을 해주었죠. 주로 온라인 회의 플랫폼을 통해서 수업을 했는데요. 선생님의 입 모양과 손 모양을 보면서 소통하고, 또 제가 만든 것을 화면에 직접 보여드리고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많이 알려주시고 도움을 주셨습니다.”
윤현주 참여자가 건강이 좋지 않았던 시기에는 강사가 직접 집으로 찾아와 수업을 진행했다. 멀리서 찾아와 함께 손뜨개를 공부할 만큼, 깊은 인연이 된 것이다. 이 덕분에 <수어와 실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손뜨개 전시를 함께하게 되었다. 농인 작가 2명과 청인 작가 3명, 총 5명의 작가가 함께 준비한 전시로 지난 2월 20일부터 3일간 대학로의 갤러리에서 열렸다.
윤현주 참여자와 전시회 ‘수어와 실 이야기’ 전시 작품
(윤현주 참여자)
“강의 덕분에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졌고 작업을 더 체계적으로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수어와 농문화를 인형 작업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번 기회에 전시회를 열게 되어, 그 생각을 실제 작품으로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농인 작가와 청인 작가가 함께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주로 혼자서 집에서 작업을 해왔는데, 개인예산제를 만난 뒤 농인뿐 아니라 청인 작가들과도 교류하고 전시회도 열 수 있었다. 외부와 연결되는 기회를 얻으며 생각 또한 변화했다.
(윤현주 참여자)
“사회 속으로 들어간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장애로 인해 내가 뒤처졌다거나 불평등하다고 느낄 때가 있었는데요. 오히려 직접 나아가서 활동을 해보니 평등하다는 것을 더 많이 실감하게 되더라고요. 손뜨개 활동을 하면서 저의 세상이 더욱 넓어진 기분이 들어요.”
새로운 창작 도구를 얻다
최소영 참여자는 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 2차 시범사업을 통해 디지털 드로잉 일 대 일 강습을 들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강사를 구하고, 수업할 장소도 찾았다.
(최소영 참여자)
“일 대 일 수업이기 때문에 저의 궁금증, 아이디어들을 많이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림 그리는 법을 가까이에서 직접 볼 수 있으니 배우기가 좋았어요. 또 평소에 머릿속에만 갖고 있던 상상들을 선생님께 얘기해 드리곤 했는데요. 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시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전문가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니 자신감이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수업 초반에는 디지털 드로잉 앱의 가장 기초적인 도구를 익혔고, 차츰 그리고 싶은 것을 구현해 보거나 주제를 정해서 배경을 그려보는 식으로 수업했다. 종이에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것에 익숙했던 최소영 참여자에게 디지털 드로잉은 말 그대로 신세계, 충격적인 새로움이었다.

(최소영 참여자)
“이전에는 디지털 드로잉을 경험해 보지 못했어요.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본 적은 있지만 화면에 그려진 선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독학하기 어려웠거든요. 주변에서 태블릿으로 그림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좀 놀라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어요. 제가 직접 디지털 드로잉으로 그림을 그리면서부터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어요. 짧은 시간 안에 고퀄리티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걸 경험했거든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 정말 기뻐요.”
최소영 참여자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노트 위에 그렸던 ‘OK’ 캐릭터를 디지털 화면으로 옮겼다. 앞으로 이 캐릭터를 이모티콘으로 발전시켜 볼 계획이다. 슬라임을 직접 만져보고 여기서 얻은 감각으로 액체 괴물 캐릭터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디지털 드로잉은 최소영 참여자에게 새로운 창작의 도구가 되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디지털 드로잉을 배우며 최소영 참여자에게 생긴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 바로 정서적 안정감이다. 좋아하는 활동을 마음껏 하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꼈고, 드로잉 기술을 쌓아나가며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최소영 참여자)
“사실 그동안 디지털 드로잉을 배우고 싶어도 기회가 닿지 않았어요. 시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학원에서 받아주지도 않았고 개인 레슨조차 할 수 없었지요. 그런데 선생님이 편견 없이 잘 지도해 주신 덕분에 그림 실력이 늘어서 정말 기뻐요. 이전에는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있어도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막막했는데, 지금은 그 상상을 실현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어요. 이번 기회로 하고 싶은 일에 더 많이 도전해 보고 싶어졌어요.”

최소영 참여자는 개인예산제를 통해 그토록 바랐던 디지털 드로잉의 세계를 경험한 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해서 작업을 하며 지낸다. 이 몰입의 시간이 최소영 참여자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다.
(최소영 참여자)
“앞으로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와 캐릭터들을 더 많이 그릴 거예요. 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 2차 시범사업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개척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것 같아서 정말 기뻐요. 캐릭터들을 활용해서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싶고, 이외에도 해보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아요.”
꿈꾸는 미래를 이야기할 때 최소영 참여자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다.
나를 바라보게 해준 ‘빛’
윤현주 참여자는 유튜브 채널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게 되었다. 그래서 개인예산제는 윤현주 참여자에게 빛과 같은 존재였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빛이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게 해준 빛이었다.
(윤현주 참여자)
“아직 우리나라에는 농인이 직접 손뜨개 강의를 하는 영상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그전부터 동영상 강의를 촬영해서 올리고 싶었는데 늘 망설이게 되었어요. 그런데 주변에 뜨개질하는 방법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려고 해요. 수어로 손뜨개 방법을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어서 작업을 해나갈 것입니다.”

그동안 무려 27개의 자격증을 취득했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살아온 윤현주 참여자. 그가 이토록 열심히 새로운 분야를 배워왔던 이유 중 하나는 수어로 강의를 하여 농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농인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지만 대부분 청인 강사들이 초빙되어 오기에, 정확한 소통이 이루어지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자신이 자격증을 취득하여 직접 강의를 하면 농인 강사와 농인 학생이 만나게 되고, 수어로 직접 대화할 수 있다. 손뜨개 동영상 강의 제작 또한 그러한 맥락 위에서 꿈꾸게 된 일이다.
새로운 만남으로 연결될 ‘우리’
서울형 장애인 개인예산제 2차 시범사업과 함께한 지난 6개월을 떠올려 보면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두 사람은 또 한 번 미래를 향한 도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 6개월의 시간 동안 단단해진 자신감을 가지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 볼 생각이다.
(최소영 참여자)
“저에게 개인예산제는 ‘길을 열어주는 희망’과도 같아요. 사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지만 기술적으로 실력을 키워나가기도 힘들었고, 현실적으로 이 분야에 과연 진입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컸어요. 길이 보이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전혀 모르겠는 상황이었는데요. 디지털 드로잉을 제대로 배우고 나니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생겼습니다. 과거부터 작업해왔던 캐릭터 작품들을 디지털화하고, 영상으로 만들어서 유튜브 채널을 개편할 계획을 갖게 되었어요. 이렇게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고 이루어가다 보면 캄캄했던 길도 밝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윤현주 참여자)
“이전에는 손뜨개를 저의 취미로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하나의 창작 활동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제 작업을 설명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농인 창작자로서 제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하게 된 셈이지요. 앞으로 더 다양한 주제로 작업을 확장하고 싶어요. 수어 교육과 연계한 전시나 체험 프로그램도 기획해 보고 싶습니다. 농인과 청인이 함께하는 예술 활동을 지속할 거예요.”
개인예산제는 수많은 만남을 만들어내고 있다. 배우고 싶었던 기술과의 만남, 강사와의 만남, 같은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처럼 말이다. 윤현주 참여자는 손뜨개를 통해 더 많은 농인들과 그리고 미처 닿지 않았던 청인들과도 연결되었고, 최소영 참여자는 캐릭터와 스토리 창작을 통해 더 많은 구독자들과 연결될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한다는 건 이토록 귀하다. 개인예산제는 사회에 좋은 인연을 만들고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